[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국가의 품격

입력 2019-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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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외교적으로 미국, 일본 등 안보동맹국은 물론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역방향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웬 뚱딴지같이 국가의 품격을 운운하고 있느냐는 비난을 받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때가 바로 품격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믿는다. 경제인은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정치인은 당리당략을 넘어선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행위로 대응해야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이 모여서 품격이 되고 품격이 바로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국가는 영토, 주권과 국민을 3대 구성 요소로 하고 있다고 배운 기억이 있다. 여기서 영토가 큰 나라나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품격 있는 나라는 아닐 것이다. 영토로 따지면 러시아, 중국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국가를 품격 있는 나라라고 부르지 않는다. 주권국가로서 자신의 주권을 바로 행사하지 않는 국가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고 한다. 국가로서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주권 행사는 당연하다. 국가의 품격이란 국제사회에서의 연성(soft) 영향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영향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국가의 지도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얼마나 신뢰 있게 행동하며, 남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배려하느냐가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간의 협상 연구와 실무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영향력의 근원이 안정과 전문성에 기초한 신뢰에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이 우리에게 안정감을 느끼려면 행동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기본 기조는 유지되어야 하고, 조직과 사람 또한 예측 가능해야 안정감을 느끼며 상대방은 그 사람과의 친분 때문에 인정해주고 양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그로부터 예측 가능한 것은 그의 예측 불가능성뿐”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만 해도 바로 예측 불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인 줄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협상력의 근원이라던 것이 결국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불신을 사 탄핵의 증인들이 되고 있고, 국무부 관리들은 직을 걸고 내부적 정보까지 공개하며 고발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자신감을 과시했던 그가 최근 ‘로켓맨’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쏘아 올리면서 무력 사용 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동안 남미의 우호세력이었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도, 또 동맹국이었던 유럽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 부과로 위협하여 관세맨(tariff man), 즉 결국 돈밖에 모르는 싸구려 장사치라는 비난을 받으며 동맹을 상실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으로 외부에 표출된다.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부동산 투기세력이 투기해제 지역을 찾아 부산으로, 과천으로, 수원으로 몰려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가만히 자신의 생업에 열중하며 부동산 투기 열풍에 덩달아 나대지 않는 일반 사람들을 “개념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한다. 조그만 사건에 일희일비하고 누가 어디가 좋다고 하면 우루루 몰려다니는 우리, 그리하여 남과 비교하면서 가진 것 없고 받은 것 없는 젊은이들을 좌절감에 빠뜨리는 그런 행위를 빗대어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이는 “들쥐” 같은 사람들이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품격 있는 나라는 품격 있는 국민들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14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국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40대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경제적 좌절감과 사회적 고립에 의한 우울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인간의 죽음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어떻게 살다 죽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서로 존경하는 태도,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며 나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동 선을 위해 예의를 지키는 그런 사회가 부럽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 품격 있는 개인을 양성하는 제도와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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