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퇴론에 발끈하는 86세대

입력 2019-11-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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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세대론’이 다시 뜨겁다.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을 지낸 그는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스스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여론의 관심은 ‘86세대 용퇴론’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내년 총선에서 2030세대를 대표할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기 위해 오랜 기간 기득권을 지킨 86세대가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타깃이 된 86세대 정치인들은 억울한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일도 있다. 별 잘못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인적쇄신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으니 속상할 만도 하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86 용퇴론’에 적극적으로 항변한다. 가장 주된 논리는 세대론 자체의 부당성이다. 특정한 세대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청산해야 할 ‘구악’으로 취급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86세대의 ‘정치적 데뷔’를 생각하면 그들이 세대로의 부당성을 말하는 것이 다소 옹색해 보인다. 86세대가 정치판에 등장한 시기는 20년 전인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젊은 피 수혈론’을 통해서다. 현재까지도 민주당의 주축을 이루는 그들은 당시 30대의 나이에 정치일선에 등장해 지금까지 한 번도 국내 정치의 핵심 축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당시에도 현역의원과 기성세대가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이 퇴장에 신경쓰지 않았다.

어떤 의원은 더 나아가 “인위적 인적쇄신은 필요없다”고 말한다. 경선 시스템이 이미 청년·여성·신인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정치를 하고 싶은 청년이 경선을 통해 자리를 따내라는 것이다. 말이 쉽지 설득력은 높지 않다. 조직력의 대결인 경선에서 정치 신인이 수십년 경력 정치인을 상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86세대가 능력은 있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는 이도 있다. 전제부터 잘못된 주장이라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 혹독한 스펙경쟁의 정글을 지난 2030세대의 능력이 지금의 50대보다 부족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당사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여론의 흐름은 86그룹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 86세대 의원은 “이번 총선이 될지 다음 총선이 될지 시간의 문제일 뿐 사실상 우리 세대의 정치적 퇴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86세대의 퇴장이 ‘용퇴’가 될지, ‘명퇴’가 될지, ‘해고’가 될지는 그들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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