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반란 (4)] “버려지는 모든 것들이 사업 아이템이죠”

입력 2018-01-22 10:00 수정 2018-01-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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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반란 (4)] “버려지는 모든 것, 알고 보면 사업 아이템이죠”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18일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18일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은 2015년 기준 1억5000만 톤에 달한다. 단위면적당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다.

이렇게 버려지는 물건들을 활용해 창업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청년이 있다. 바로 ‘터치포굿(Touch4Good)’ 박미현(33)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2008년 현수막 재활용을 사업 아이템으로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을 설립했다. 현수막이나 광고판 등 짧게 쓰고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친환경소품인 에코백 등 패션소품을 제작해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게 주력 비즈니스 모델이다.

터치포굿은 단순히 현수막의 폐기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업사이클’ 작업을 한다. 업사이클(재활용)은 향상을 뜻하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합친 말이다. 버려지는 물품에 디자인 등을 더해 가치 있는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현수막뿐 아니라 페트병, 교실바닥 등 다양한 물건들을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다.

22일 서울 성동구 서울 새활용플라자에서 만난 박 대표는 “10년 전 사회적기업 세미나 숙제로 폐현수막을 활용해 가방을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며 “점점 더 잘하고 싶어져 계속 하다 보니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으로 ‘5년의 약속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6개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새누리당·통일한국당)의 대선 현수막을 기증받아 가방으로 가공해 판매했다. 박 대표는 “이 가방이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시대의 기념품이라는 것을 이해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 때마다 상당한 비용이 현수막에 투입되지만 현수막 대부분이 소각·매립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6.13 지방선거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평창올림픽에서 버려지는 자원들을 활용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올림픽 플라자 관중석에는 3만5000개 좌석이 있다. 폐회식 후 5000석만 남기고 철거된다. 임대해 온 3만개 의자는 업체가 다시 가져간다. 인구 4000명의 횡계리에서 3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유지·관리하는 게 버겁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다시 플라스틱 의자로만 사용될 스타디움 의자에 아이디어와 가치를 넣어 가공해 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올림픽 개폐회식에 왔던 사람들이나 오고 싶었지만 못 오는 사람들에게 의자를 재판매해 수익금 일부를 지역생태를 복원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에 고정된 의자는 떼어내 다리를 다시 붙이고 디자인을 더해 판매할 계획이다.

메달 수여식 장소인 메달 플라자의 나무판도 업사이클을 계획 중이다.

박 대표는 “메달 플라자 무대와 메달을 받을 때 올라서는 수여대의 나무판은 대부분 재활용 하지 않고 태운다”며 “선수들이 노력의 결실로 메달을 받기 위해 올라선 나무판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터치포굿 디자인팀에서 올림픽 정신을 담고 있는 제품으로 환생시키기 위해 구상 중이다.

박 대표는 ‘쓰레기는 추억과 사건의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려지는 자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 가능한 디자인을 강조하려 한다”며 “업사이클 제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터치포굿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소셜벤처다. 수익금 5%는 환경재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다.

박 대표는 “‘버려지는 자원과 버려지는 마음을 터치해 자연과 사람에게 긍정적인 것을 만들자’는 것이 터치포굿의 의미”라며 “폐자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버려지는 동물, 외면받는 문화 등에도 관심이 있다”며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대에 창업한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트렌드를 따라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20대에 창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었지만 내가 해야만 하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창업은 매일매일 생기는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려 끊임없이 싸워야한다”고 충고했다. 박 대표는 “그 일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도 버티기 힘들 때가 있었다”고 회상하며 “유행을 따라서 창업하는 청년들을 보면 그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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