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임백’ 들고 팬택 부활 알린 문지욱 팬택 사장

입력 2016-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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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외로 나가겠다”… 조인트벤처로 인니·베트남 진격

▲문지욱 팬택 사장이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문지욱 팬택 사장이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한국 휴대폰 산업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바로 팬택이다. 팬택이라는 이름은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사에 이름을 올린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또 치열한 시장 경쟁에 밀리며 두 번의 워크아웃을 겪은 고난의 상징으로도 표현된다. 3차례 매각이 무산되면서 청산을 앞뒀던 팬택은 지난 6월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등장하면서 기적적으로 회생하는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로 창립 25주년. 각본 없는 드라마를 힘 있게 써내려갈 팬택의 사령탑, 문지욱 사장을 만났다.

광고 플랫폼 강화한 동남아 공략… 2년 8개월 만에 해외 재도전

△해외 진출이 가시화된 걸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을 듣고 싶다.

“오는 10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지 업체들과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아직 일정과 목표 매출 등 구체적인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조만간 해외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생각이다. 해외 진출은 2014년 이후 2년 8개월 만이어서 의미가 크다.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뒤 2005년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하면서 글로벌 기업 도약을 꿈꿨지만, 경영 악화로 2차례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해외 시장서 철수했다. 따라서 현지 유력 통신사·제조사와 함께 합작법인(조인트벤처·joint venture)을 설립해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휴대폰 시장은 오픈마켓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 방법은 위험성이 높다. 그보다는 특화된 사업을 통해 현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공략에는 단말기도 중요하다. 어떤 제품을 내놓을 계획인가.

“현지 업체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탑재한 ‘특화서비스 단말기’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특화서비스 단말은 광고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존에는 앱을 실행할 때 단순히 광고를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 기능을 더 심화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관성이 있는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단말기 수급은 현지 조인트벤처를 통해 해결한다. 현지 유력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맺고 생산 공장을 설립해 생산 비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단말기는 6월 30일 출시한 ‘IM-100’을 기반으로 할 생각이다.”

‘IM-100’에 스피커 포함한 것은 내 아이디어

△IM-100은 스피커 액세서리인 ‘스톤’과 함께 출시돼 화제가 됐다. 삼성이나 애플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략이다. 상품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스톤은 철저한 고객 중심 전략으로 탄생했다. 또한 스톤을 번들로 포함한 것은 내 아이디어였다. IM-100의 타깃 고객층은 20~40대의 혼자 사는 소비자이다. 사양이나 기능에 중점을 두는 대신 과거 ‘스카이’ 제품에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고객의 감성을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해답은 음악이었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칠 때 음악으로 활기를 주고 치유해 주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스톤을 번들로 포함하는 것을 결정하면서 가격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끝내고 1년 7개월 만에 시장에 출시하는 제품인 만큼,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값어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다른 스마트폰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주고자 했다.”

△생산단가 부분에서 반대가 심했을 것 같다. 어떻게 설득했나.

“스톤을 번들로 끼워 팔면 수익성이 내려가는 만큼, 사실 회사 내부에서 반대가 심했다. 특히 마케팅팀과 개발팀은 스톤을 번들로 끼워 파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국내 시장에 재진입해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게 우선이었던 만큼 고집을 부렸다. IM-100의 판매 목표는 30만 대다. 수익을 남기려고 값싸게 만들어서 실패하는 것보다는 이익이 적더라도 IM-100에 우리의 가치를 넣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같은 고집은 어느 정도 적중한 것 같다. 출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하루에 1000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공장에선 하루에 3000대씩 생산하면서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올해 목표인 30만 대 판매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SK텔레콤과 KT에 한 달에 2만~3만 대 정도 납품하고 있다. 물량을 크게 늘릴 생각은 없다. 물량을 지나치게 늘리면 재고가 남아 후속 스마트폰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해서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적정량을 생산해 이익을 극대활 방침이다”

△후속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기는 언제쯤인가?

“내년 초쯤 출시할 계획이다. 후속작에도 IM-100처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제조사들처럼 사양이나 기능을 앞세우기보다는 팬택이 추구하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사양이나 기능에 중점을 두다 보면 자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전략으로는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고객이 필요한 게 뭔지 역발상을 통해 제품을 개발할 것이다. 더불어 AS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SKY 택배 서비스’에 ‘대여폰 서비스’를 결합한 ‘SKY 모바일 AS’도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다.”

문지욱 식 ‘소통 워크숍’이 팬택 부활의 키워드

△직원들 사이에 ‘대화광’으로 알려져 있고, 소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들었다.

“맞다. 팬택의 지휘봉을 잡고 가장 먼저 시도한 게 소통이다. 독단적인 카리스마 대신 부드러운 대화를 택했다. 사원에서부터 대리까지 직접 마주 앉아 의견을 교환했다. 담당 임원으로부터 정리된 보고서를 받고 결재하는 대신 직접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IM-100 출시 전 구성원들과 회의를 수없이 했다. 회의를 통해 구성원 간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들이 자극이 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소통 워크숍’이다. 지난 3월 소통 워크숍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특히 IM-100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시간과 인력 모두 부족했다. 소통 워크숍을 무리하게 개최할 이유가 없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통 워크숍에 참여한 전 직원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른 부서의 애로 사항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통 워크숍을 통해 불신이 사라지고 잘될 거라는 믿음으로 회사 분위기가 고조됐다. 워크숍이 아니더라도 한 달이나 보름에 한 번씩 구성원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평소 어떤 일이든 직원들의 의사를 묻고 의견을 공유하는 소통의 자리를 자주 갖는다. 내가 대단한 통찰력이 있어서 회사를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들더라도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대화를 통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고 수정하려고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문지욱 사장은 누구?

2005년 팬택에 합류해 10년 이상 팬택과 함께한 문지욱 사장은 국내 휴대폰 연구개발의 산증인이다. 지난해 12월 ‘뉴팬택’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SK텔레텍 수석연구원과 팬택 중앙연구소장을 거친 ‘기술통’이다. 1986년 LG전자 통신연구소에 입사한 뒤 1990년대 초반 LG전자에서 휴대폰 개발에 매진했다. 이후 SK텔레텍으로 자리를 옮겨 인기 피처폰 ‘스카이’ 시리즈를 개발했다. SK텔레텍이 팬택으로 인수되면서 팬택에서 개발하는 모든 스마트폰의 개발이 그의 손을 거쳤다. 세계 최초 지문인식폰, 국내 최초 외장 카메라, 국내 최초 슬라이드폰과 안드로이드폰 등 팬택의 신기술 개발에 문 사장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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