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자동차 비리는 고질병…과거에도 리콜 은폐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

입력 2016-04-21 11:09 수정 2016-04-2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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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연비 조작 사실을 시인하며 사죄하는 미쓰비시자동차 경영진. 블룸버그
▲20일 연비 조작 사실을 시인하며 사죄하는 미쓰비시자동차 경영진. 블룸버그

연비 조작 파문을 일으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과거에도 리콜을 은폐하려다 들통 난 적이 있다. 이번 연비 조작은 과거 두 차례에 걸친 리콜 은폐 이후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간신히 회복하던 와중에 드러난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은 20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 차량 연비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연비 자료를 조작했다며 사죄했다. 연비를 조작한 차량은 ‘ek 왜건’과 ‘ek 스페이스’, 그리고 닛산자동차에 납품한 ‘데이즈’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 총 62만5000대다. 미쓰비시는 타이어 저항과 공기 저항 수치를 조작해 실제보다 연비가 5~10% 과장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는 또한 지난 2002년 이후 14년간 일부 차량에 대해 부적절한 연비 테스트를 실시해 일본 법을 어겼다고도 했다.

미쓰비시의 부정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과 2004년 잇단 리콜을 숨기는 데에 임원까지 관여하는 등 조직적인 비리가 발각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타격이 컸던 미쓰비시는 이후 사내 품질 담당 부서 설치와 내부 통보 제도 정비 등 품질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닛산자동차에 의해 이번 연비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 단속 강화가 유명무실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자정 운동이 먹히지 않는 고질적인 기업 체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미쓰비시 내에서는 당시 실험 부장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현지 한 언론은 전했다. 당사자가 자신의 지시였고, 경영진의 압력은 없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업계의 경차 경쟁이 치열해지자 연비를 영업의 중심으로 내세웠다. 일본 경차는 가격과 세금 등이 낮아 작년 브랜드별 신차 판매에서 상위 10차종 중 6차종을 경차가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다이하쓰공업과 스즈키자동차가 경차 부문에서 선두를 다투는 가운데 미쓰비시로서는 이들 2개사에 비해 열악해 조바심이 났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업체가 안은 과제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일본 내 중론이다. 파트너사인 닛산이 비리를 밝혀낼 때까지 부정을 묵인하면서 고질적인 은폐 습관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쓰비시의 이번 연비 조작 사태의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마모토 현 강진으로 현지 공장이 문을 닫은 가운데 닛산 납품차를 비롯해 약 60만대의 리콜 비용과 보상이 불가피하며, 문제 차량의 생산 및 판매 중단으로 관련 부품 기업의 실적과 지역 고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 악화는 고전하는 일본 내 판매 실적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도쿄 증시에서 미쓰비시의 주가는 전날보다 15.2% 폭락해 연중 최저치까지 주저앉았다.

앞서 지난해 9월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은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판매 실적 악화 등 아직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쓰비시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만일의 경우, 경영진 퇴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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