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해임 관철했지만'…금융당국 '책임론' 커진다

입력 2014-09-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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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이사회가 17일 임영록 회장에 대해 해임을 결정하면서 금융당국이 의도한 임 회장 '밀어내기'는 일단락됐다.

임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KB사태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제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임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놓고 보여준 감독당국의 '뒷북행정'과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책임론은 금융권의 또다른 태풍의 핵이다.

금융당국으로서 지난 5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검사를 요청한 이후 4개월 가까이 KB사태를 질질 끌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이후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들 기관은 이번 사태의 접근을 두고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사태 초기 금감원은 '무관용 원칙' 적용을 강조하며 중징계 불가피론을 펼쳤지만 제대로 해결은 커녕 KB금융뿐만 아니라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고, 금융위는 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징계 결정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견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지만, 금감원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이를 경징계로 낮춘 것이다. 제재심의위원으로는 금융위 간부도 포함돼 있다.

제재심의위는 두 달간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해 혼란만 더 키우다 2개월을 흘려보냈다.

제재심이 두 사람에 대한 경징계를 결정했지만, 내분 사태는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격화했다. 이 결과를 받아 든 최 원장은 또다시 2주간 최종 결정을 늦추다 급기야는 제재심 결과를 뒤집었다.

금융위도 최 원장의 문책경고 건의를 일사천리로 처리하며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애초 중징계(문책경고)에서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내려갔다가 다시 중징계(문책경고)가 됐고, 최종적으로 중징계(직무정지)로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법적으로 징계가 최종 확정되기 이전에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과거 금융당국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처럼 3개의 엇갈린 판단을 내린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제재에 대한 불신만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임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사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장기화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문책론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낙하산 인사', '모피아', '관치금융', '부실한 제재시스템' 등 한국 금융의 총제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금융당국의 미흡한 대처로 우리나라 금융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낙후된 처벌위주의 금융감독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대수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치금융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지주-회장간 경영지배구조 체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KB사태는 지주회사 체제 문제, 관치금융 문제 두가지로 볼 수 있다"며 "지주회사 체제내 회장과 은행장의 권한, 책임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원 자격요건을 강화해 섣부른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막고 금융감독기구를 모피아와 정치권에서 떼내 자율성을 확보토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 해결의 출발점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사회에서 푸는 형식으로 가야 하는데 당국이 나서면서 다시 문제가 꼬였다"며 "주식회사 인사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큰 틀에서의 발전, 규제 방향을 제시할 필요는 있지만, 일상적인 경영까지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된다. 처벌 위주의 체계로는 금융회사의 내부역량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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