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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펀치] 중국과 홍콩, ‘일국양제’라는 허상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말은 하나의 국가가 두 종류의 제도를 운영한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가 한 국가 내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중국은 일국양제를 실시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외교와 국방 분야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홍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겠으니, 홍콩에 있는 ‘자본’들은 안심하라는 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의 경우 경제는 완전 자본주의 체제이고 정치제도만이 사회주의적 권위주의 체제여서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의 실험은 성공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요새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를 시행하고 있으니 일국양제가 성공적으로 굴러갈 것이라고 했던 예측은 오판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결국 일국양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라는 상대방의 경제체제에 대한 인정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회민주주의 정치체제와 민주적 정치문화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번 홍콩 사태는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경제체제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의 차이점도 인정한다면, 이를 하나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완전히 다른 정치·사회·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는 2개의 ‘국가’가 일국양제라는 이름으로 ‘연합’ 혹은 ‘연방’적 성격의 ‘한 국가(一國)’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가라는 존재는 ‘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의미하는데, 정치와 경제체계가 완전히 다른 두 국가가 결합할 경우 이들 지역에 중앙권력이 균등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홍콩 사태를 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주장했던 일국양제라는 것은 애초부터 성공이 불가능한 허구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홍콩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의 철폐만이 아니다. 물론 ‘범죄인 인도 법안’ 철폐가 시위의 단초이긴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자유선거 실시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사안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송환법 철폐나 자유선거는 모두 중국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에서 파생되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즉, 홍콩의 인권운동가와 민주화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수단이 송환법이고, 자유선거 없이 행정장관을 간선제로 임명하는 것은 권위주의를 침투시키기 위한 중국의 우회 전략이라고 홍콩 시민들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이, 정부 수반 격인 행정장관을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로 뽑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9월 이른바 ‘우산혁명’때에도 홍콩 시민들은 정치적 자유를 향한 갈망을 표출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자유를 향한 절규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향한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우리의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우선 우리나라 진보 성향의 세력들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는 중국의 실체가 무엇인지 홍콩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진보 세력들이 주장하는, 통일의 전 단계로서의 ‘국가연합’ 혹은 ‘연방제 통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일 수 있는지 일국양제의 허구를 통해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국양제라는 것은 허구이며 결국 무력이 우위인 쪽이 무력이 약한 쪽을 지배하려 함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점은 핵을 가진 북한과 통일을 논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례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우리의 시민사회는 홍콩의 시민사회와 연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시민단체나 노동운동 관련 단체들이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겠다고 하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진보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양심의 자유’와 ‘인권의 보장’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진보 단체들은 당연히 홍콩 시민들과 연대 투쟁해 홍콩 시민들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 권력화된 이념으로 인권과 자유를 평가하는 진보 세력은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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