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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근 칼럼] 과거에 갇혀 미래 싸움에서 지는 거다

논설실장

무방비 상태에서 급소를 찔린 일본의 습격에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내상(內傷)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전략 차원의 작심한 도발이다. 우리가 훨씬 불리한 전쟁이다. 1차 표적인 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빼기로 했다. 전방위 타격으로 한국 경제의 근본을 위협해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의도다.

아베(安倍晋三) 정권은 오래전부터 기회를 노리고 칼을 갈아왔다. 한국이 일본을 넘보지 못하도록 이번에 확실히 주저앉히고야 말겠다는 국가 전략의 혼네(本音)를 노골화한 것이다. 글로벌 기술패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 미 트럼프가 촉발시킨 보호주의에 편승해 실행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빌미가 됐다.

한국의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 성장은 일본을 배우면서 따라잡고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과거 산요의 기술을 얻어 흑백TV와 냉장고를 만들었고, 반도체는 NEC를 벤치마킹했다. 산요와 NEC는 지금 사라졌다. 일본이 구가했던 ‘전자왕국’은 한국에 밀려 패퇴했다.

그러나 우리는 핵심소재와 부품의 일본 의존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그 덜미를 잡아 한국을 외통수에 몰아넣었다.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 자국 산업 피해를 감수하면서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타격한 것은, 이 싸움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일본은 1997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돈을 빼가고 채권 만기 연장을 거부해 외환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나라다.

일본 우익(右翼)세력이 획책하는 제국(帝國)주의 부활이다. 독일은 끊임없이 과거 히틀러의 죄악을 무릎 꿇고 사죄한다. 그러나 일본 우익에게 그런 양심은 애초부터 없고, 주변국들에 재앙을 안겼던 역사마저 부정한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 가보면 그 본색을 알 수 있다. 1945년 8월 6일 핵폭탄 ‘리틀보이’가 떨어진 직후의 지옥과 참상의 흔적을 끌어모아 재현한 곳이다. 하지만 스스로 파멸을 부른 태평양전쟁 도발의 반성이라곤 전혀 없다. 주변국을 유린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준 학살과 만행은 숨기고, 자신들의 피해만 부각시켰다.

그 우익의 집합체가 자민당(自民黨)이다. A급 전범(戰犯)이었으나 단죄되지 않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1955년 ‘보수합동’을 주도해 성립시켰고, 그 자신 1957년 집권했다. 자민당은 1993~94년과 2009~12년의 잠시 동안 실각했을 때를 빼고 전후 일본 정치를 줄곧 지배하고 있다. 그들이 침략을 정당화하고 과거를 미화하는 데 광분한다. 지금 아베는 기시의 외손자다. 19세기 막부시대 말기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했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아베가 가장 숭배한다는 인물이다.

일본론의 고전 ‘국화와 칼’을 쓴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을 ‘손에 평화를 상징하는 국화를 들고, 허리에는 남을 해치기 위한 칼을 숨긴 존재’로 간파했다. 아베가 그 본성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늘 반성 없는 일본에 분노하고 비난만 해왔지, 그런 나라를 이웃에 둔 숙명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그러니 또 당한다.

이번 싸움 또한 길어질수록 우리가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 구조다. 지금 발등의 불을 끄는 것만큼 급한 건 없다.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외교적 굴욕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돌파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냉혹하고 절박한 현실이다.

국가 역량과 전략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크게 흔들어 위기로 몰아넣을 전략을 세우고 치밀한 작전을 짤 때 우리는 무얼 하고 있었나. 감성적 민족주의에 기댄 반일(反日)의 이념, 친일 잔재 청산에만 수십 년째 매달렸다. 과거만 파헤칠 뿐 일본을 알려 하지 않았고, 그들을 넘어설 미래의 국가전략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尙有十二)을 언급했다. 100여 년 전의 ‘국채보상운동’과 ‘동학농민혁명’, ‘항일 의병’을 운운하는 사람도 있다. 강대국 충돌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을 말하는 이가 없다. 미래를 밝은 눈으로 보고, 극일(克日)의 큰 그림을 깨우치는 지성은 외면당한다. 과거의 프레임으론 절대 미래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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