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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아이스크림 먹을 땐 ‘날름날름’

편집부 교열팀장

아이스크림의 계절이다. 40여 년 전 동네 골목에서 술래잡기·땅따먹기(땅뺏기)·비사치기하던 시절 아이스크림은 그야말로 비싼 먹거리였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오디, 산딸기, 다래 등을 따 먹은 건 순전히 돈이 없어서였다. 돈깨나 있는 집 친구들은 거만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달콤한 냄새에 침을 흘리다, 결국 ‘한 입만 먹는’ 조건으로 친구의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애들도 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쳇! 두 녀석 다 똥탈(배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나 나라’ 하고 못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1970년대 아이들은 이렇게 자랐다.

1960년대 아이들은 여름철이면 한두 번씩 배탈을 앓곤 했다. 아이스크림 이전에 나온 ‘아이스케키(아이스케이크가 바른 표기이나 말맛을 즐기기 위해 당시 발음대로 씀)’ 때문이었다. ‘하드’라고도 불린 ‘아이스케키’는 물에 설탕과 사카린을 섞은 후 꼬챙이를 넣어 얼린 것으로, 장이 약한 어린아이가 먹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냉장고가 아닌 ‘아이스케키’라고 쓰인 나무 상자에 보관되었으니 위생 상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그것을 팔러 다닌 건 대부분 땀 많은 까까머리 남학생들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돈 걱정 없이 먹었던 건 1980년대 후반쯤일 게다. 아이스크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가격도 싸졌기 때문이다. ‘아맛나’ ‘비비빅’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쮸쮸바’ ‘조안나’ ‘부라보콘’ ‘싸만코’ ‘월드콘’ ‘구구콘’…. 이 중 1970년 봄에 출시돼 올해로 쉰 살이 된 ‘부라보콘’은 우리나라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으로, 10대의 윤석화 씨가 부른 CM(Commercial Message)송은 국민가요 수준의 인기를 끌었다. 중년층 이상이라면 지금쯤 “12시에 만나요”로 시작하는 CM송을 흥얼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992년 12월 13일자 동아일보에는 재미있는 박스 기사가 실렸다. 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은 이름이 어려워 노인들 사이에선 ‘소뿔 아이스케키’로 불린다는 에피소드이다. 당시 교열기자들이 고심했던 흔적도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제목만은 ‘브라보콘’으로 적혀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부라보콘’은 촌스럽지만 정겨운 느낌이 든다. 해태제과엔 복고 열풍이 불 때마다 ‘부라보콘’이 소환되는 이점도 꽤나 클 것이다.

그런데 한여름 빠르게 녹는 아이스크림은 ‘날름날름’ 먹어야 할까, ‘낼름낼름’ 먹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날름날름 먹어야 한다. 날름만이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날름은 혀를 날쌔게 내밀었다가 들이는 모양을 표현하는 부사이다. 널름, 늘름과 같은 뜻으로 날름날름, 널름널름, 늘름늘름 형태로 많이 쓰인다. ‘무엇을 날쌔게 받아 가지는 모양’, ‘불길이 밖으로 날쌔게 나왔다 들어가는 모양’, ‘날쌔게 움직이는 모양’ 등을 표현할 때도 어울린다.

‘낼름’은 버리고 ‘날름’만을 인정한 근거는 ‘표준어 규정 제2장 제4절 제17항’이다. 우리말에서 발음이 비슷한 몇 형태가 아무런 뜻 차이 없이 함께 쓰일 때는 그중 널리 쓰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꺼림칙하다. 날름보다 ‘낼름’을 쓴다는 이가 주변에 더 많아서이다. 복사뼈에 밀렸던 복숭아뼈가, 만날에 밀렸던 맨날이, 목물에 밀렸던 등물 등이 언중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점을 인정받아 복수 표준어가 된 것처럼 ‘낼름’도 표준어 대열에 합류하길 바란다. jsj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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