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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의 혁신성장] 혁신성장의 난제, 중소기업 간 갈등 해소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 경제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어떤 중소기업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중소기업은 많고 다양하며 이질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범위 기준에 속하는 사업체 수는 360만 개를 넘는다. 이처럼 수많은 중소기업을 하나로 묶어 동질적인 집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름은 중소기업이라 불리더라도 다 같지 않은 것이다. 업종, 규모, 기술 수준, 생산성, 잠재력, 경영철학, 기업문화 등등이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중소기업 정책과 제도의 혼란이 출발한다. 중소기업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중소기업 지원의 초점과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이 왔다 갔다 하고 때로는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최근에 차량공유 서비스를 놓고 발생하는 혁신기업과 영세기업의 마찰과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입기의 신성장 산업을 키우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에, 다른 편에서는 도태될 위기에 처한 사양업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과연 이런 여건에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혁신성장을 추진하려면 어떤 중소기업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경제정책을 풀어나가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을 ‘약자’로 보는 관점에서 수립되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독자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약소기업을 보호·육성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 ‘안전판’ 성격의 정책은 중소기업의 일시적 경영 애로를 해소해 주기 위해 직접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장론자들은 과도한 정부 지원이 역설적으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더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비판한다.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넘어서면 포기해야 하는 정부 지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성장을 기피하는 세칭 ‘피터팬 신드롬’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로 보는 관점도 있다.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이 더 많은 한계기업도 망하는 것보다 살려 두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복지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을 갖고 있는 입장이다. 일부는 회생 노력에 의해 정상화되지만 대부분은 정부의 지속적 지원에 의해 연명할 따름이다. 이런 ‘구명판’ 성격의 중소기업 정책 덕분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좀비기업을 양산해 역으로 건강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을 ‘강자’로 보는 시각은 강소기업 육성 정책에 반영되어 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같이 중소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만드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이나 ‘Word Class 300 프로젝트’가 이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의 ‘성장판’을 활성화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인하는 성장사다리 정책도 잠재적 강자 관점의 중소기업 정책에 속한다. 대기업이 주도하던 낙수형 경제성장을 중소기업이 견인하는 분수형 경제성장으로 전환시키려면 강한 중소기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제한된 정책 자원으로 강소기업까지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한다.

이런 와중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벤처성의 혁신형 중소기업이 부상하면서 전형적 중소기업 정책의 틀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새로운 모험사업에 도전하는 혁신기업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규제를 완화해 ‘도약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전통산업의 보호막을 걷어내는 효과를 불러 일으켜 영세기업의 몰락을 가져온다.

혁신기업은 새로운 미래 시장을 보여주는 ‘선구자’인 동시에 기존의 시장 질서를 붕괴시키는 ‘파괴자’ 역할을 한다. 혁신성장 정책이 효력을 발휘해 혁신기업의 성장이 가속화될수록 약소기업은 한계기업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혁신성장 정책은 필연적으로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충돌과 갈등을 야기한다. 약소기업과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복지성의 중소기업 지원도 늘어나 정부의 예산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다 살릴 수도 없고 어느 한쪽만 살릴 수도 없으니. 약소기업을 살리면서 혁신기업을 성장시키는 묘수는 어디에 있을까.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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