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非人 [사람 아님]

입력 2019-05-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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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맹자 공손추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단서가 되는 인(仁), 수오지심(羞惡之心)의 단서가 되는 의(義),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단서가 되는 예(禮),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단서가 되는 지(智) 등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맹자의 이런 관점에 비추어 보자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비인(非人: 사람 아님)’이 참 많은 것 같다.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국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야말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처럼 야비하고 졸렬하고 치사하게 싸울 수가 없다. 물론, 모든 국회의원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억지를 쓰며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든 국회의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렇게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국회를 지양하자는 뜻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할 때 국회의원 스스로가 과거를 반성하자며 자조적으로 했던 말인 ‘동물국회’가 7년 만에 완전히 되살아났다. 개원만 했을 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던 ‘식물국회’가 갑자기 난장판을 벌이는 ‘동물국회’로 변하였으니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스스로 동물과 식물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할 수밖에. 그러니 ‘비인’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법이 제정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빨리 법을 제정하는 ‘일’을 해야 할 테지만 법을 제정하는 일은 완전히 뒷전에 두고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양하는 마음도 없이, 지혜의 샘이 꽉 막힌 채 오로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만을 위하여 싸우고 있으니 맹자의 말에 비추어 보자면 이처럼 완벽한 非人이 없는 것이다. 非人은 결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총선에서 잘 걸러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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