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예보] IT/테크 리뷰어 가전주부 "언제나 가장 쉽게 이해가는 제품 리뷰를!"

입력 2019-05-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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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전주부입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전주부입니다." (김정웅 기자 cogito@)

한 미모의 주부가 있다. 그녀는 유튜버다.

미모가 뛰어나지만 뷰티 유튜버는 아니며, 주부라고 하면 보통 떠올릴 법한 요리 유튜버도 아니다. 그는 통념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분야라고 알려진 IT/테크 제품의 리뷰어다. 이 모든 정체성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그의 닉네임은 ‘가전주부’.

이투데이는 지난달 29일 가전주부를 만났다.

◇왜 ‘가전’주부인가

“안녕하세요. IT, 테크, 라이프스타일을 리뷰하는 유튜버, 가전주부라고 합니다.”

소개 그대로다. 이름부터가 ‘가전주부’기 때문에 우리가 ‘가전제품’이라고 부르는 청소기, 세탁기, 건조기, 오븐, 인덕션 등은 당연히 다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이어폰, 마이크, 스피커, 휴대전화, 노트북, 모니터, 키보드, 카메라, 자동차IT/테크 분야 리뷰로 아이템을 넓혀가고 있다.

가전주부 리뷰의 철학이자 가장 큰 특징은 ‘쉬운 리뷰’다. “저는 전공도 IT분야가 아닌데다, 전 직장 역시 이 분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나운서였어요. 그래서 순수한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전자 제품을 리뷰하고 있고, 구독자들도 그런 점을 많이 좋아해주세요. 정말 써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을 살려서 전달한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가전주부는 왜 하필 IT/테크 리뷰라는 콘텐츠를 선택했을까? 생각보다 단순하다. 원래부터 그녀가 워낙 IT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응? 이렇게 많은 전자기기가 다 어디서 나오는 거지...? 혹시 금수저? "절대 아니에요!" (김정웅 기자 cogito@)
▲응? 이렇게 많은 전자기기가 다 어디서 나오는 거지...? 혹시 금수저? "절대 아니에요!" (김정웅 기자 cogito@)

“지금 노트북은 남편 것까지 합쳐서 4개 정도를 쓰고 있어요. 원래 새롭고 신기한 전자제품들을 써 보는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남이 재밌게 리뷰했다거나, 유행한다는 이유로 제품을 리뷰하는 일은 없구요. ‘내가 써보고 싶은 것’을 ‘직접 써봐야만 한다’는 게 철칙이에요.”

응? 집에 노트북 4개에, 새롭고 신기한 전자제품이 나올 때마다 산다고? 한 영상에서는 남는 전자제품은 지인들에게 나누어준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이건 완전 금수저 아니냐? 가전주부는 기자가 제기한 금수저 의혹에 대해 완전히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전혀 아니에요. 일단 지인에게 나눈다는 건 보조배터리 같이 얼마든지 남에게 선물할 수 있는 약소한 것들이에요. 그리고 저는 전자제품을 사서 그 리뷰를 올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하잖아요. 전자제품 구매를 단순히 돈을 쓰기만 하는 소비라고만 보긴 어렵고, 생산활동의 일부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럼 약소하지 않은 제품들은 어떻게 되나요? “직접 씁니다.” 아니 그래도 두 개 이상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을텐데? “그런 건 ○○나라에 팝니다. 아마 100번도 넘게 거래했을 거에요.” 요즘 들어서는 ○○나라 최저 시세에 맞춰 지인에게 파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그렇다. 그는 금수저라기보단 ‘생계형 리뷰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였다.

▲"진짜 금수저 아니라니까요." (김정웅 기자 cogito@)
▲"진짜 금수저 아니라니까요." (김정웅 기자 cogito@)

◇구매와 협찬 사이…그 균형의 미학

금수저 논란을 물어본 김에 현재 그의 수익이 궁금해진다. 사실 구독자들은 대체로 가전주부의 유튜브 수익을 알고 있다. 가끔씩 공개를 하기 때문이다.

구독자 19만5000여 명인 가전주부의 유튜브로 창출되는 월 수입은 세전 300만 원 안팎. ‘구독자 20만이면 월 2000만 원 정도는 벌지 않나?’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일단 저는 유튜브에 중간 광고를 잘 넣지 않아요. 우선 무슨 리뷰를 하다가 ‘그래서 그게 왜 안 좋냐면!’하다가 뚝 끊기면 좀 보기 불편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광고를 넣을 수 없는 이유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영상 길이가 10분이 넘어야 중간 광고를 넣을 수 있거든요. 제 영상은 대체로 10분 안쪽의 짧은 분량이라 광고 넣기가 어려워요.”

여기까지의 설명은 가전주부가 유튜브 광고만으로 얻는 수익이다. 최근 가전주부는 가전제품 업체로부터의 협찬 영상도 찍고 있다. 제품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고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창출되는 수익이다. 다만 이 협찬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은 달마다 소화하는 분량이 천차만별이라 들쭉날쭉하다고 했다.

협찬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과연 가전주부는 협찬 제의를 얼마나 많이 받을까? “아마 들어오는 걸로는 일주일에 대략 50건도 넘는 것 같아요.” 만약 이 제안을 모두 영상으로 소화했다면 지금쯤 가전주부 채널은 협찬 영상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실제로 소화하는

분량은 한 달에 보통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수익만 극대화하려면 협찬을 모두 받으면 되지만...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어요." (김정웅 기자 cogito@)
▲"수익만 극대화하려면 협찬을 모두 받으면 되지만...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어요." (김정웅 기자 cogito@)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협찬을 들어오는 대로 다 받으면 되죠. 근데 저는 우선 제가 관심없는 물건을 억지로 쓰는 걸 싫어하거든요. 리뷰할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 관심 없는 물건을 리뷰할 만한 시간 여유도 없고요. 그래서 써보고 싶은 물건이 딱 맞아 떨어지게 협찬 제의가 올 때만 리뷰를 하고 있어요.”

협찬 영상을 모두 받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채널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협찬으로 진행하는 리뷰와 제가 직접 사서 진행하는 리뷰는 일종의 상충관계에 있어요. 협찬을 너무 많이 진행하면 제가 진행하는 모든 리뷰들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죠. 반대로 협찬을 너무 안 받게 되면 수익이 줄어드니까, 구매 리뷰에 애드센스 광고를 더 많이 달아야 해요. 그럼 지금보다 영상 시청의 쾌적함이 떨어지겠죠? 저같은 리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협찬과 구매의 균형을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렵고, 또 그만큼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전직 아나운서 최서영…‘가전주부’ 되기까지

많은 성공한 유튜버들이 말하듯, 가전주부도 처음부터 유튜버를 하고자 굳은 결심을 했던 게 아니다.

2017년의 어느 일요일, 시간이 남길래 재미삼아 집에 있던 ‘델 XPS 9560’ 노트북의 리뷰를 찍어봤다. 당시 국내엔 이 제품에 대한 이렇다 할 리뷰 콘텐츠가 없었고, 그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영상을 시청했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갖고 있던 전자제품들을 리뷰하기 시작하다 어느 덧 2년만에 구독자 20만의 리뷰어, 가전주부가 됐다고.

▲가전주부의 첫 영상 '델 XPS 15인치 9560 개봉기'. (출처=유튜브 '가전주부' 채널 캡처)
▲가전주부의 첫 영상 '델 XPS 15인치 9560 개봉기'. (출처=유튜브 '가전주부' 채널 캡처)

“왜 첫 영상을 찍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유튜브가 지금처럼 대세일 때도 아니라 유튜버가 될 생각도 전혀 없었고요. 시간이 남고 심심해서 해본 것 뿐인데… 순간의 선택이란게 정말 많은 것을 바꾸는 것 같아요.”

첫 리뷰부터 지금까지, 가전주부는 리뷰 영상의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제작 과정의 95% 가량을 본인 스스로의 힘만으로 제작한다고 했다. 나머지 5%는 혼자 찍을 수 없는 부분을 조력자가 잠시 촬영해주는 정도.

“편집 기술이요? 제가 2008년에 모 방송사에서 근무하며 ‘30분간’ 편집 프로그램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30분의 기억을 무려 10여 년 만에 살려내서 만지작거리며 늘려간 덕에 지금만큼 편집할 수 있게 됐죠.”

앞으로도 가전주부는 특별히 업무량이 급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영상 제작은 혼자서 할 생각이다.

“일단 저는 전자기기를 너무 좋아해서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카메라, 마이크, 노트북 등을 사용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리뷰까지 겸하게 되서, 당분간은 전문가에게 맡기기 보단 저 스스로 해보려고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그녀는 한 종편채널 아나운서로 약 6년 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선망되는 직업으로 꼽히는 아나운서를 그만둔 이유는 뭘까?

▲한 방송사에 근무하며 자동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과거의 가전주부. (출처=유튜브 캡처)
▲한 방송사에 근무하며 자동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과거의 가전주부. (출처=유튜브 캡처)

“입사하자마자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정말 회사 생활과는 안 맞는 사람이더라구요. 프리랜서가 훨씬 적합한 사람인 것 같아서 퇴사하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좀 더 내게 맞는 생활을 빨리 찾을 걸’이라는 생각을 했죠.”

아나운서 재직 경험은 일장일단이 있었단다. “‘표정’, ‘발성’, ‘제스처’와 같은 ‘전달력’을 늘리는 법을 배워둔 게 영상 제작에 큰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이 부분은 수많은 제품 리뷰어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제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됐죠.”

가전주부는 제품 리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저를 예로 들면 ‘30대, 아이가 없는,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고, 소비를 좋아하는, 주부’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가전주부’라는 이름에서도 이런 특징이 드러나구요. 취향이 뭔지 뚜렷하게 나타나 있으면 구독자분들도 ‘아 이 사람 나랑 취향 비슷하네’하고 접근하기가 쉬울 것 같아요.”

▲너무 예뻐서 그냥 넣은 컷. (김정웅 기자 cogito@)
▲너무 예뻐서 그냥 넣은 컷. (김정웅 기자 cogito@)

구독자 20만 유튜버 가전주부는 얼마전 연예기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에 둥지를 틀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측은 "유튜브 뿐 아니라 기존 방송매체 활동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한 크리에이터가 바로 가전주부였기 때문"이라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우린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도 가전주부 최서영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독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또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콘텐츠 리뷰어 ‘가전주부’. 성원해주는 구독자들에게 마지막 말로 마치자고 하니 ‘고맙다’는 말이 10번도 넘게 나온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해주시는 마음이 항상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옛날엔 악플다는 사람 정말 많이 싫어했는데… 지금도 싫긴 하지만, 미우면서도 봐준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기도 해요. 앞으로 팬들과 더 만날 기회를 만들어가려고 해요. 카메라 사용법이나, 가전제품 구입 팁, 아니면 유튜브 입문이나 발성 잘하는 법 같은 거라도요. 앞으로도 저를 더 가깝게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진짜 사랑하고, 진짜 너무너무 고마워요!”

▲"구독자 여러분. 정말 너무 사랑하고.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제가 뭐라고...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구독해주세요!" (김정웅 기자 cogito@)
▲"구독자 여러분. 정말 너무 사랑하고.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제가 뭐라고...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구독해주세요!" (김정웅 기자 co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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