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거수기’ 노릇도 외면하는 사외이사

입력 2019-04-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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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 차장

매년 주주총회를 전후로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논란에 휩싸인다.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 회의체인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형식상 자리만 채우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올해 주총 시즌에도 이러한 관행은 끊이지 않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작년 57개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251개 상장사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은 99.66%에 달해 전년 99.62%보다 소폭 올랐다고 한다. 부결은 KT 2건을 비롯해 삼성과 SK, 롯데, KT&G, 태영 등에서 각각 1건이 나오는 데 그쳤다. 또 46개 그룹의 이사회에서는 부결이나 보류가 단 한 건도 없이 100% 찬성을 기록했다. 사외이사들이 매년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거수기 노릇조차 외면하는 사외이사들이 적지 않다. 이사회에 출석 자체를 하지 않는 것.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A사의 B 사외이사는 작년 열린 53회의 이사회에 단 두 차례 참석해 찬성 의견을 개진하는 데 그쳤다. 출석률로 따져보면 3.8%에 불과하다. 이처럼 저조한 출석률은 직전 해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개선된 수치다. B 사외이사의 직전해 출석률은 1.5%에 그쳤다. 그럼에도 A사는 B 사외이사에게 지난해 보수로 평균 수천만 원을 지급했으며, 올해 주총에서 B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B 사외이사는 수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유력 정치인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C사의 D 사외이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C사는 지난해 법조인 출신으로 힘 있는 부처의 장관을 지낸 D 씨를 사외이사로 모셨다. D 사외이사는 선임 이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게 세 번에 그친다. 출석률로는 30% 수준이다. 장관 시절 꼿꼿하고 당당했던 모습에 반추해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D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어떻든 간에 C사는 회사에 있는 사외이사들에게 평균 수천만 원을 보수로 줬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만 찾아본 것으로, 출석률이 저조함에도 상당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거나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 상장사는 무려 십 년이 넘는 동안 출석률이 0%임에도 재선임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출석률이 저조한 사외이사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대다수가 오너가와 인연이 있거나 유력 정관계 출신의 인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가 로비스트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평가절하되곤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와 감독 직무를 객관적으로 수행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내부통제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게 사외이사 제도의 도입 목적이고, 사외이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기업들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는 한다. 그러나 기업 경영의 핵심인 이사회 개혁 없이는 헛된 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기업 스스로가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사외이사를 영입해야 한다. 아울러 이사회에 성실하게 참석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조건이 전제해야 할 것이다. spd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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