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불공정·부실의 온상, 로스쿨 폐지를 청원하며

입력 2019-04-16 18:09 수정 2019-04-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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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진 변호사(대한법조인협회 사무총장)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사학법과의 빅딜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날치기로 출범한 제도였기 때문에 도입 초기 어느 정도의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로스쿨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개선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문제점은 심화되고 있고, 로스쿨 자체의 본질적 부분이라고 본다.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교육 과정이 지나치게 짧고, 그 과정마저 엉망진창이다. 미국과 다른 우리의 법 현실에서 변호사를 단 3년 만에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난센스였다. 오죽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기피하는 의뢰인조차 있겠는가. 또한 3년 안에 기초 단계인 실체법, 절차법부터 시작해 고차원적 실무 단계인 서면 작성, 판결문, 공소장 작성 등을 모두 배우려니 교육 과정이 뒤죽박죽이고,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마지막 학기인 3학년 2학기에는 변호사시험 준비하느라 제대로 된 수업을 받기도 어렵다. 결국 단 5학기 만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변호사직을 수행할 정도로 이론과 실무를 가르친다고 하니 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로스쿨과 관련한 입학, 취업, 임관은 상당히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 어느 로스쿨은 나이 어린 사람을 선호한다, 어느 로스쿨은 이른바 SKY 출신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돌지만 실제로는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학생을 뽑고, 무슨 기준으로 검판사 임용을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서류 심사, 면접 등을 통해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능력까지 고려하여 뽑는다고 하니 오직 신께서만 그 기준을 아시지 어디 일반인들이야 알 수 있겠는가.

셋째, 로스쿨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 1년 등록금만 2000여 만 원으로 로스쿨 전 과정을 마치려면 등록금만 6000여 만 원이다. 여기에 책값,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3년 동안 1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이 필요하다. 장학금과 대출금이 있다고 하지만 초고액의 등록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은 명명백백한 진실이다. 이 문제점 또한 개선되고 있지 않음은 물론이다.

위와 같은 중대한 문제점들이 지난 10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니 이는 로스쿨 제도 자체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라고 보인다. 그러나 그냥 외면하기에는 법조인 양성제도가 갖는 사회적 중요성만큼이나 그 해악이 지대하다. 그래서 차제에 아예 로스쿨을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조 자체가 잘못된 건물을 계속 리모델링하다가는 결국 붕괴돼 큰 인명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新)사법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아무리 집안이 좋고, 아버지가 고관대작이라도 사법시험 성적, 사법연수원 성적 및 검판사 임용에는 관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강력한 공정성, 투명성이 사법시험의 장점이었다. 아무리 못살아도 도전할 수 있는 개방성이 사법시험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누적된, 법조인 양성의 노하우가 사법연수원에 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제도를 부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한 대안이다.

다만, 여러 회 낙방을 거듭하는 장기 응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시험처럼 2차 시험 과목의 경우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하면 다음 연도에도 해당 과목에 대하여는 전년도에 획득한 좋은 점수를 쓸 수 있도록 하고, 법학 과목 이수를 강화하는 한편, 사법연수원 제도를 변호사 양성 중심으로 충실히 개편하는 등 혁신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갈 뿐이다. 작금의 로스쿨을 보면 방향 자체가 잘못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보완한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니 차제에 순리에 따라 로스쿨을 전면 폐지하고, 혁신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기준에 의거해 변호사, 검사, 판사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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