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윤재성 작가 "'헝그리 정신', 소설 써야 한다는 '비틀린 집착' 낳았다"

입력 2019-04-11 06:00 수정 2023-10-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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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편 소설 '화곡' 출간 인터뷰

▲소설가 윤재성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두 번째 장편소설 '화곡' 출간 기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소설가 윤재성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두 번째 장편소설 '화곡' 출간 기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제 안에 있는 '헝그리 정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덕분에 계속 글을 쓸 수 있었지만, 글을 마냥 즐기지 못하고 뭔가를 해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비틀린 집착도 생겨났죠. '화곡' 주인공 형진에게 저 자신이 많이 투영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윤재성 작가(28)의 신작 '화곡'은 정체 모를 방화범에 의해 가족과 얼굴을 잃은 한 남자, 그 중심으로 벌어지는 도심 속 추격전을 담는다. 주인공 형진은 오른쪽 눈을 제외한 모든 곳을 잃었다. 방화범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동생을 비롯해 자신의 모든 것은 방화범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다.

형진은 그렇게 8년 동안 방화범의 흔적을 좇는다. 그리고 외친다. '놈이 앗아간 것은 인간의 자격이었다'라고. 하지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형진이 목도한 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이다. 공권력과 언론을 향해 호소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흉측해져 버린 몰골에만 머물 뿐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못해 처절한 '화곡' 형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북카페 '책 그리고'에서 만난 윤 작가는 "희망이랑 거리가 멀었던 제가 유독 많이 투영된 작품이 '화곡'"이라고 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때 IMF가 터졌어요. 부모님과 떨어져야 했어요. 누나와 외가에 맡겨졌어요. 근데 외가가 정말 시골 깡촌이었거든요. 학교 가려면 버스 타고 1시간을 나가야 할 정도로요. 늘 눈치를 보고 살았어요. 누나와 저는 4년간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어요. 그때 장롱 아랫서랍에 있던 '세계문학', '국내문학' 전집들을 읽었어요. '뭐라도 잘해야 무시 당하고 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던 거죠."

윤 작가는 의경으로 복무하던 2016~2018년 '화곡'과 미발표 장편 소설 '만천'(가칭)을 썼다. 그의 첫 데뷔작은 eBook '초능력자'다. 자음과모음, 에브리북에서 먼저 연재됐다. 이후 '13번째 피'라는 작품으로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시원하게' 망했다고.

"'화곡' 출판 과정도 녹록지 않아요. 대형서점에 가서 '국내 문학'이나 '장르 소설'을 내는 출판사 목록 20여 군데를 노트에 적고, 투고했죠. 새움에서 좋게 봐줬죠. 소정의 금액이지만 계약금도 받았어요.(웃음)"

'화곡'의 원제는 '발화광'이다. '화곡'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불탄 자의 곡소리를 의미하는 '화곡(火哭)'이 될 수도 있고, 소설 속 배경인 '화곡(禾谷)동'을 의미할 수도 있다. 출간 한 달 전에 가까스로 '화곡'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화곡'이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소방학적 지식이 필요했다. 스프링클러가 돼 있는 건물도 온도가 높은 불에는 쉽게 탈 수 있는지, '화곡' 속 불의 설정들이 실제로 가능한지 등 팩트체크를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소방서에 전화했어요. 근데 뭔가를 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고민하다가 소방방재학과 교수들을 찾기 시작했죠. 처음 연락이 닿은 교수께서 소방관 출신 교수라며 연결해 준 분이 박청웅 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학과 교수님이에요. 전라남도 소방본부 본부장까지 역임하신 대단한 분인데, 흔쾌히 조언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말이 되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죠."

윤 작가는 '외로움 살해자'에 이어 '화곡'까지 직접 발로 뛰며 홍보하고 있다. "신인 작가는 출판사가 모든 것을 다 해주길 기다릴 수 없어요. 뭔가를 하려고 해도 '돈'이 드니까요. 제가 직접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가가 직접 나서면 서점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세요. 꼭 모든 활동이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작가가 직접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홍보라고 생각해요. 서점에서 직접 책을 구매하시고 사인을 부탁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며칠 뒤 SNS로 연락하시면서 '책 재밌게 봤고, 특별한 기억을 남겨줘서 고맙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요. 행복한 순간들이죠."

▲윤 작가는 "'화곡'을 통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윤 작가는 "'화곡'을 통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그는 '문예창작과 출신'이 아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객관적으로도 재능이 없고, 문학도 코스를 밟지도 못한' 사람이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는 문예창작과 출신은 아니지만, 소설가를 꿈꾸는, 자신과 닮은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완성의 경험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미완성된 명작 수십 개보다 완성된 습작 하나가 더 작가의 가치를 높이고 다음 단계로 갈 발판이 됩니다. 본인을 믿고 쓰되 끊임없이 공부하고,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꼭 잡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윤 작가는 5월 16일 생애 첫 북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그가 '화곡'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는 늘 사회의 뒷면과 부조리함, 사회에서 탈락한 이들, 인간 구원 등에 천착합니다. 행복보다는 불행을, 선보다는 악과 그 발현 과정이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해요. 가장 인간답지 못한 모습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인 것 같아요. 선과 악, 윤리와 비윤리, 인간이 정한 도덕관념 이전에 우리 삶 속에서 옳고 그름, 이전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대중소설가니까, 이 메시지들이 독자들에게 재밌게 읽히면 제일 좋고요. 제 책 어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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