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경제원로 ‘소주성’ 苦言 새겨야

입력 2019-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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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제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오찬 간담회 가졌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원로들과 따로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날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박승·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경제·금융·통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던 인물들이다. 보수 정권 출신까지 포함해 경제 현안에 대한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와대가 급히 이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최근의 고용참사와 생산·소비·투자·수출 등 핵심 경제지표들의 추락으로 성장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비판과 폐기론이 잇따르고 있다.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경제위기 극복과 혁신성장 및 공정경제를 위한 해법을 조언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오류를 에둘러 지적하면서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수정돼야 하며, 경제정책에 대한 공감대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도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기대가 실망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크다. 문 대통령은 1일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이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일자리 사정이 나빠졌고, 소득분배구조 악화에 따른 빈부 양극화가 심해진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기존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환보다는 재정을 투입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집중하겠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사례가 검증된 바 없는 실험적 이론일 뿐이다. 국민 생활과 나라 경제는 결코 어설프고 섣부른 경제이론의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청와대는 지난해부터 줄곧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 그 실패를 메우려 국민세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경제는 자꾸 뒷걸음질하고 있다.

그저 보여주기식 간담회가 아니라면 경제원로들의 고언(苦言)을 허투루 듣지 말고 정책기조를 시장과 기업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한국 경제의 비상한 위기다.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이제는 제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잘못된 집착을 버리고, 나라 경제를 살리면서 국민 삶이 더 좋아지는 정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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