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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산봉우리에서 만난 꽃봉오리

편집부 교열팀장

이른 봄에 피는 꽃은 작고 여리지만 향이 강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꽃밭을 거닐다가 소매 가득 향기를 안고 돌아온다”는 서거정의 시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게다. 잔설을 밀어내고 고운 꽃을 피워 올리는 기운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참으로 오묘한 생명의 원리이다. 봄이면 터지는 꽃봉오리들에 마음 가득 꽃물이 든다. 분홍빛, 노란빛, 우윳빛, 보랏빛…. 꽃은 언제 보아도 새롭고 정겹다.

올봄 꽃구경은 회사 근처 국립현충원으로 갈 생각이다. 호국영령들의 넋이 잠든 곳으로 꽃구경을 간다고?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겠다. 그런데 수양벚꽃이 국가유공자의 충의를 상징하는 꽃임을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현충탑으로 향하는 길의 수양벚나무는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늘어진 가지마다 연분홍 꽃송이들이 손에 닿을 듯 살랑거린다.

어디 그뿐이랴. 서문 진입로에서부터 진달래, 붓꽃,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현충원을 빙 둘러 조성된 둘레길은 언덕길, 꽃길, 숲길이 이어져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딱따구리, 파랑새, 소쩍새 지저귀는 소리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걷게 된다.

숙연한 마음은 문을 나설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봄에 취해 깔깔거리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선 절대 안 된다. 열아홉, 스무 살에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도 잠든 곳이니까. “그대들 꽃같은 나이 앞에/살아있음이 미안스럽고/살아 주절거려 온 언어가 송구스럽고/해마다 현충일에 늦잠 잔 것도 용서받고 싶다”(유안진 ‘국군묘지에 와서’)고 고백하고픈 곳이니까.

지난 주말 충남 아산 현충사를 다녀온 지인도 꽃소식을 전해줬다. 이순신 장군의 고택 마당에 홍매화, 청매화가 활짝 피고, 산수유도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목련도 꽃 틔울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목련만큼 이름 많은 꽃이 있을까. 겨울눈이 붓을 닮아 목필화(木筆花), 봄을 맞이한다는 뜻의 영춘화(迎春花), 꽃봉오리의 끝이 북녘을 향한다 해서 붙은 북향화(北向花)…. 연꽃을 닮은 꽃모양 때문에 붙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의 목련도 예쁘다.

꽃봉오리는 꽃망울과 같은 말이다.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뜻한다. 몽우리도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가리킨다. 꽃봉오리는 줄여서 봉오리라고도 한다.

그런데 봉우리 때문에 ‘꽃봉우리’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봉우리는 산봉우리와 같은 말로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을 말한다. 그러니 봉(峯)을 가리킬 땐 ‘산봉우리’, 꽃망울을 말할 땐 ‘꽃봉오리’라고 해야 올바르다. 또 간혹 몽우리를 ‘몽오리’, 꽃망울을 ‘꽃멍울’로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둘 다 바른말이 아니다. 몽우리와 망울만이 표준어이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꽃봉오리 = 꽃망울 = 봉오리 = 몽우리’를 기억하자. 산봉우리만 따로 떼어 내면 크게 헷갈릴 일이 없다.

봄은 꽃과 함께 온다. 누군가는 꽃과 봄은 보는 것보다 기다릴 때 더 간절하다고 했다. 불현듯 10여 년 전 봄날에 들었던 법정스님의 법문이 생각난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울 것인지 각자 한번 살펴보십시오.”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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