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소모적인 경제정책 논쟁

입력 2019-03-08 05:00 수정 2019-03-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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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마치 난치병을 앓는 환자가 마땅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이 불안한 것과 같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을 동시에 펴 경제를 살리겠다고 표방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더욱이 정부 정책이 부작용을 유발하여 실업과 빈부 격차 등 경제적 고통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실로 큰 문제는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곤두박질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하여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7%. -5.9%, -11.1%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2016년 7월 이후 30개월 만이다. 자칫하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도태하여 경제가 좌초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제정책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비판을 반박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정책 논쟁의 핵심은 소득주도성장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은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을 지원하면 소비 증가와 양극화 해소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논리를 근거로 한다. 그러나 이 정책은 기업들이 국제경쟁력과 고용창출능력을 확보해 공급 측면이 소비의 활성화를 수용할 수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즉 공급 기능의 올바른 발휘가 정책의 전제조건이다. 우리 경제는 공급 측면이 구조적인 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기존 산업이 비교우위를 잃어 퇴조하고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한 반도체와 정보통신도 중국 등의 추격에 위기에 몰리고 있다.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4차 산업혁명은 경쟁국에 밀려 뒤처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은 고용악화와 소득격차 심화로 집약된다. 지난 1월 실업자 수는 122만 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최고, 실업률은 4.5%로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고다. 급격한 고용악화의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겨진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 오르고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폐업이 속출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최하위 20% 가구소득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근로소득은 37%나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최상위 20% 가구 소득은 10% 증가했다. 빈부격차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악화한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기다리면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근거 없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산 투입을 늘려 기존의 정책을 오히려 확대 강화한다. 일자리 예산의 경우 이미 54조 원을 투입했다. 올해 23조 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경제상황이 악화할수록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현실성이 낮은 정책의 함정에 빠져 경제난을 가중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들어 경제 행보를 본격화했다. 경제현장을 직접 방문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구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에 무게를 두고 인공지능, 바이오 헬스, 핀테크 등 신산업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6일 정부는 제2 벤처 붐 확산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신규 벤처를 위해 5조 원을 투자하고 벤처기업 규모의 확대와 발전을 위해 12조 원의 스케일 업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을 20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경제가 새로운 산업발전체제를 구축해 성장동력을 회복할지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가 없는 한 혁신성장은 피상적인 정책으로 끝날 수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다가온다. 현재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 실패를 초래한 정부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모든 경제정책과 예산운영을 혁신성장에 집중하는 정책기조의 과감한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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