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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의 원견명찰(遠見明察)] 깨우침은 타임머신을 타고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前 지식경제부 차관

황금 돼지의 해라고 불리는 기해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돼지꿈을 꾸기 바라는 우리들의 심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바람을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새해 아침 새로운 1년을 다짐하는 많은 결심과 더불어 그러한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비록 새해 아침에 들려오는 올 한 해에 마주할 각종 전망들이 암울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그것들을 이겨낼 수 있다는 부푼 희망과 담대한 용기가 있기에 우리는 또 한 해를 힘차게 출발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가 마주할 도전이 만만치 않기에 더욱더 손잡고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갈고 닦았던 집단지성을 발휘해야만 할 시기인 것이다.

나이 드신 장모님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오면서 느꼈던 어르신들의 병원에서의 생경함을 생각하다 보니, 아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었다. 부모님이 아프고 돌아가신 때가 어언 20년을 훌쩍 지나 30년이 되어 간다. 1990년대 초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낙향을 결심하신 아버님을 위해 어머님은 늙은 시부모님과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가셨다. 우리는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님 병문안을 이유로 시골집에 내려갔다. 대둔산 자락에 자리 잡은 그 시골집 앞에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병문안보다는 아이들과 시골 생활을 즐기고 돌아오곤 했다. 그래도 어머님은 얼굴 보여준 자식과 손주들이 마냥 귀해서 병든 남편과 시부모님을 모시던 지친 몸으로 그 좋은 음식 솜씨를 발휘하여 맛있게 먹게 하고 바리바리 손에 들려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골집을 다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힘들었던 기억은 귀경길 고속도로 정체만이 남는 걸 보니 부모에 대한 자식의 생각이 얼마나 천성적으로 불효한 것인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이며, 미래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예측할 수가 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가 과거 선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듯이 현재의 우리가 하는 그만큼이 미래의 후배들에게 남겨지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선배들은 한 톨의 석유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에너지를 성공적으로 공급했다. 두 차례의 석유 위기도 극복했고 에너지를 다소비하는 중화학공업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차례이다. 우선,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성 높게 사용하는 방법과 기술을 개발하고 남겨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방사성 폐기물과 같이 오랜 기간 남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단기간에 어렵다면 최소한 처리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전기를 현세대가 유용하게 사용한 다음, 그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후배들에게 남겨 두는 일은 책임 있는 어른이 할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싸움을 멈추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 세대의 집단지성을 모아 해법을 마련하게 되기를 바라 본다.

30년이 거의 다 돼가는 지금에야 부끄러움과 함께 당시 어머님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깨우쳐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다가온 이 깨우침의 정체는 무엇일까? 부모에게 받은 만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족함이 곧 나의 삶의 모습이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리 앞에 서게 되는 깨우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리고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면 냉엄한 역사의 평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상황과 여건이 어쩔 수 없었어”라는 핑계만을 앞세운다면 역사의 부정적 평가는 우리 세대 모두가 함께 져야 할 부끄러운 몫이 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갈 수는 없지만, 과거로부터 다가온 타임머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깨우치는 우리가 되고 싶다.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前 지식경제부 차관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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