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가출(家出)과 출가(出家)

입력 2018-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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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이제는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하나의 관용어가 되어 버렸다. 개가 들으면 “각종 못된 욕설에 우리를 함부로 쓰더니만 이제는 고생에도 ‘개’를 들먹이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나 이미 ‘개고생’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맹교(孟郊)는 ‘최순량과 이별하면서 주는 시(贈別崔純亮)’에서 “출문즉유애 수위천지관(出門卽有애; 誰謂天地寬)”이라고 읊었다. 즉 “문만 나서면 곧 장애물인데 누가 천지를 넓다고 했소?”라는 뜻이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시구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생각이나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가족과 더불어 익숙한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편한 마음으로 먹고, 내 몸에 맞는 편안한 잠자리에서 자며, 기침이 나오면 기침도 내 맘대로 하고 방귀도 내 맘대로 뀔 수 있는 내 집만큼 편안한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대거나 함부로 집을 나서는 사람이 더러 있다.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서는 남편도 있고 보따리를 싸는 아내도 있다. 그리고 왠지 집이 답답하고 싫다며 무작정 집을 나서는 청소년도 더러 있다. 어리석은 짓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반겨주는 곳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고 부딪치는 일마다 고통과 장애뿐인데 왜 그처럼 안락한 집을 버리고 뛰쳐나오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집을 나온다는 말을 한자로는 ‘家出(집 가, 날 출)’이라고 쓴다. 같은 글자를 쓰지만 家出과 出家는 완전히 다른 뜻이다. 가출은 무모한 짓이지만 출가는 큰 뜻을 품고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집을 나서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하릴없이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정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도록 하자. 집을 나서려거든 아예 출가를 하고, 어설프게 가출하는 못난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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