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홍콩 신사 따라잡기…'댄디한 아재' 모여라

입력 2018-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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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심쿵'할 홍콩 여행②

유행에 뒤처지지 않은 '멋진 아재'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홍콩 아재를 주목하자. 20세기 초부터 이어져 온 테일러링 슈트(맞춤형 정장)의 유구한 전통이 숨 쉬고,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아시아 최초'로 상륙하는 도시가 바로 홍콩이다.

그뿐인가. 놀고 싶은 여행자와 놀 줄 아는 직장인들이 한데 모이는 란콰이퐁 거리부터 40대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할 현지식 포장마차, 루프톱 바, 와인 페스티벌 등이 당신을 기다린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홍콩의 패션과 문화를 체험한 뒤 칵테일과 수제 맥주로 달콤한 밤을 만들자. 멋진 남자를 위한 내일의 여행지는 단연 홍콩이다.

▲'본햄 스트랜드'에서는 은퇴한 재단사가 만든 최고급 테일러링 슈트를 만날 수 있다.(이하 홍콩관광청)
▲'본햄 스트랜드'에서는 은퇴한 재단사가 만든 최고급 테일러링 슈트를 만날 수 있다.(이하 홍콩관광청)

◇ 50년 경력 장인이 만드는 작품을 '겟'하다 = 본햄 스트랜드(Bonham Strand)는 '100% 메이드 인 홍콩'을 표방하는 테일러링 숍이자 오랜 문화적 유산을 이어가려는 사회적 기업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 입구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소박하고 고풍스러운 사무실이 발길을 맞는다. 사무실 안쪽의 테일러링 작업실에는 경력 30~50년의 나이든 재단사들이 바쁘게 손을 놀린다. 천장에는 나무 팬이 천천히 돌아가고, 2층 창밖으로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의 풍경이 정면으로 보인다.

본햄 스트랜드는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은퇴한 재단사들의 복지와 홍콩식 테일러링 슈트의 전통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브랜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로로 피아나 등과 같은 이탈리아 원단, 조개와 뿔 소재의 단추 등 고급 재료만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맞출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된다.

테일러링 슈트는 패브릭과 라펠, 소매, 주머니까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지만, 완성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에 여행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쇼핑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햄 스트랜드의 합리적인 가격대와 매력적인 분위기를 그저 스쳐 지나기엔 아쉽다.

구매하든 아니든, 숍에 한 번쯤 들러 상담을 한 번 받아보는 건 어떨까?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bonhamstrand.hk)를 통해 예약하는 것이 좋다.

▲'본햄 스트랜드'에서 테일러링 슈트가 만들어지는 모습.
▲'본햄 스트랜드'에서 테일러링 슈트가 만들어지는 모습.

◇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기술이 만난 아이웨어 = 포호는 고즈넉한 골목들로 이뤄진 동네지만 현재 홍콩에서 가장 '쿨'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한쪽 모퉁이에 근사한 안경 가게가 하나 오픈했다. 이탈리아의 비스포크 아이웨어 브랜드 크로미스(Khromis)다.

이탈리아에서 안경을 디자인한 후 일본 장인들이 안경테부터 렌즈, 실리콘 코 받침까지 정밀하게 제작한다. 이탈리아의 미의식과 '세계 최고'라 일컫는 일본 안경 기술의 만남이라니, 패셔니스타와 깐깐한 안경 사용자가 동시에 환호할 만한 소식이다.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기술로 '나만의 안경'을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기술로 '나만의 안경'을 만들 수 있다.

선글라스를 비롯해 바로 구매해갈 수 있는 제품들도 다채롭게 갖췄고, 숍 한쪽의 비스포크 코너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소재와 디테일로 '나만의 안경'을 주문할 수 있다. 헤이즐 앤 허시 로스터의 커피 바가 매장에 들어서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우아한 실내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홀짝이며 멋진 선글라스들을 구경해보자.

◇ 신사처럼 즐기는 호사, 장인의 구두닦이까지 = 랜드마크 쇼핑몰 지하 1층은 남성들을 위한 패션 매장들로 가득하다.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복도를 지나다가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다. 아케이드 복도 한쪽 호화로운 방 한 칸에 앉은 채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는 남자들 얘기다.

▲테슬 매장에선 최고급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테슬 매장에선 최고급 구두닦이 서비스를 받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곳은 고급 남성 수제화 편집 매장 태슬의 슈샤인 서비스 부스다. 느긋하게 앉아 신문이나 책을 읽는 동안, 수십 년 경력의 장인이 신발을 정성 들여 닦아준다. 구두의 색깔에 맞춘 고급 왁스나 크림을 사용하며, 가장 기본적인 '베이직 퀵 샤인'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거울처럼 윤기를 내는 '미러 피니싱 서비스'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여행 도중 아끼는 신발이 상했거나 여행지에서 뜻밖의 호사를 만끽하고 싶다면 태슬 슈샤인 부스로 향하자. 구두를 닦은 후 바로 옆 퓨엘 커피숍의 맛있는 에스프레소라도 맛보면, 그야말로 홍콩 제일의 신사로 거듭난 기분이 들 것이다.

◇ 진짜 홍콩 멋쟁이가 신는 이탈리아 가죽 수제화 = 데노보멘(Denovomen)은 좋은 구두를 찾는 젊은이부터 홍콩의 금융가 엘리트까지 다양한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수제화 브랜드다. 1990년대부터 최고급 수입 구두를 유통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남성의 발과 체형에 편안하게 맞는 구두를 고급스럽게 제작한다.

버팔로, 말가죽, 양가죽 등 질 좋은 명품 가죽을 다채롭게 사용하며, 수제 구두와 카우보이 부츠, 로퍼, 웨딩 슈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연중 세일을 자주 진행하는 편인데, 캐주얼 슈즈는 650홍콩달러(약 9만2700원), 가죽 수제화는 2300홍콩달러(약 32만8000원) 정도다.

▲홍콩 남성들의 사랑받는 수제화 브랜드 '데노보멘'.
▲홍콩 남성들의 사랑받는 수제화 브랜드 '데노보멘'.

◇ 백종원이 인정한 홍콩식 포장마차 '오이만상' = 도시에 밤이 찾아온다. 황혼마저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거리의 분위기도 완전히 변한다. 삼수이포의 다이파이동 오이만상(Oi Man Sang)은 그제야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과 의자를 꺼낸다. 다이파이동은 노천식당을 일컫는 광둥어다. 홍콩의 다이파이동은 저녁 무렵 상점들의 셔터가 닫히면 그 앞에 좌석을 펼쳐놓고 요리를 낸다.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오이만상은 홍콩 5대 다이파이동으로 꼽히는 곳으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셰프가 맥주와 음식을 즐겼던 식당이기도 하다.

요리도 맛있지만, 백종원 셰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한다'. 시끄러운 광둥어 사이에서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의 맛은 잊기 힘들다. 백종원 셰프의 선택을 따라 마늘 플레이크를 듬뿍 넣은 게 볶음과 쇠고기 간장 볶음을 주문해보자. 60홍콩달러(약 8000원) 정도면 다양한 메뉴를 실컷 즐길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의 로컬 포장마차 '오이만상'.
▲저렴한 가격의 로컬 포장마차 '오이만상'.

◇ 사천 후추로 만든 흑맥주부터 오미자로 만든 에일까지 = 몽콕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 홍콩 크래프트 비어의 천국이 애주가의 발길을 기다린다. TAP 더 에일 프로젝트(TAP The Ale Project)는 에일 애호가부터 젊은 힙스터, 동네 주민이 유쾌하게 어울리는 펍이다.

반바지를 입거나 슬리퍼를 신고 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도 즐겁다. 그러나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홍콩산 수제 맥주의 풍미다. 사천 후추를 사용한 흑맥주부터 오미자로 맛을 낸 에일까지, 홍콩 크래프트 비어의 상상력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하나만 고르기 아쉽다면 3종의 맥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맥주 플래터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시아 각국의 전통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샌드위치들이 기막히게 맛있으며, 거위알 노른자 크러스트를 올린 감자튀김 또한 별미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채로운 맥주를 맛볼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채로운 맥주를 맛볼 수 있다.

◇ 홍콩 최고 바텐더의 놀라운 아이디어를 마시다 = 룸 309(Room 309)는 세련된 부티크 호텔 더 포팅어의 '존재하지 않는 바'다. 포팅어 호텔은 한 층에 오직 여섯 개의 객실만 운영하기 때문에 309호라는 룸 넘버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이름처럼 룸 309는 호텔 복도의 정체 모를 철문 안에 숨어 있다.

호텔의 또 다른 바 엔보이(Envoy)에서 카드키를 받은 후 룸309의 문을 연다. 바깥에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던 어둡고 화려한 바가 갑자기 등장한다. 길쭉한 실내를 따라 늘어선 바 좌석에 앉으면, 이곳의 독특한 콘셉트만큼 특별한 칵테일들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모두 투명한 색이다. 진토닉처럼 원래 투명한 칵테일이라면 별다를 게 없겠지만, 불투명한 피나콜라다나 어두운 갈색의 올드 패션드 등 원래 색이 짙은 칵테일들만 골라 투명하게 완성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비결은 바나나, 피넛버터, 요거트 등의 부재료를 원주와 함께 증류해 풍미를 불어넣는 것. 바의 이름부터 칵테일의 레시피까지 홍콩 최고의 바텐더로 군림하고 있는 안토니오 라이의 작품이다.

▲홍콩에서 손꼽히는 바텐더의 현란한 기술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홍콩에서 손꼽히는 바텐더의 현란한 기술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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