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골든 인도’ 가다③]황일 국민은행 구르가온 사무소장 “디지털 뱅킹으로 승부할 것”

입력 2018-10-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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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처럼 별도 채널 검토...장기적인 성장 기틀 마련 최선

▲황일 KB국민은행 구르가온 사무소장은 “최소한의 은행 네트워크를 이른 시일 내에 갖춰 나가겠다”며 “캐피털마켓이나 디지털뱅킹 등 새로운 분야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뉴델리·첸나이·구르가온)= 이새하 기자 shys0536@·김보름 기자 fullmoon@
▲황일 KB국민은행 구르가온 사무소장은 “최소한의 은행 네트워크를 이른 시일 내에 갖춰 나가겠다”며 “캐피털마켓이나 디지털뱅킹 등 새로운 분야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뉴델리·첸나이·구르가온)= 이새하 기자 shys0536@·김보름 기자 fullmoon@
인도 수도 뉴델리와 다른 풍경이었다. 1970년대 강남처럼 허허벌판에 한창 짓고 있는 고층빌딩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델리에서 구르가온은 차로 1시간 거리지만 출근 시간이라 정체가 심해 30분이 더 걸렸다. 자동차 클랙슨 소리와 흙먼지 속에 KB국민은행 구르가온 사무소에 도착했다.

황일 구르가온 사무소장은 지난달 11일 이투데이와 만나 “여긴 미세먼지가 늘 ‘매우 나쁨’ 수준으로 엽기적인데 그나마 공기 좋을 때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소장은 2014년 뭄바이 사무소를 시작으로 2016년 구르가온 사무소 설립 이후 5년째 인도 주재원으로 살고 있다. 2년이 훌쩍 넘은 기다림 끝에 올해 7월 지점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내년 초 인도 영업 시작을 앞두고 부푼 꿈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뭄바이에 사무소를 뒀다가 구르가온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

“뭄바이는 인도 경제수도이고 중앙은행(RBI) 본점이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뭄바이에 본부를 설립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입장에서 시장 진입 스터디를 하기에는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구르가온이 적합했다.”

-인도 진출에 오랜 시간이 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2016년 5월에 지점 인가를 신청해 대략 2년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인도를 ‘인가 공화국’이라고들 한다. 절차가 까다롭고, 예상보다 시간도 길게 걸린다. 처음에는 영국 식민지를 거쳤으니 영국식 금융 체계일 거라고 착각했다. 물론 영국식도 들어와 있지만 인도만의 독특한 관행이 포함돼 있어서 당황하고 고생도 많이 했다.”

-특히 인도 금융 규제 중 힘든 점이 무엇인가

“인도 연방 재무부 공무원을 만나보면 우호적이고 합리적이다. 다만 결정 과정이 많이 지연되고, 현재 상태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관행상 정부의 최종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보니 중간에 접근이 안 된다. 우리 표현으로 ‘대답 없는 메아리’라고 한다. 은행에 따라서는 로비스트를 쓰는 경우도 있다.”

-개점 후 주요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크게 기업금융과 인프라 금융, 투자은행(IB) 부문이다. 기업금융은 한국 기업을 기반으로 로컬기업으로 확대할 것이다. 삼성과 LG는 이미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시장 규모와 지위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매력 있는 로컬기업이 관심사다.

-현지 기업 영업을 어느 정도 확대할 것인가

“비율을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처음 지점을 만드는 것이니 비중을 늘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적응하고 성장할 기틀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 우리 전략이다.”

-인프라 금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인도 정부가 5년간 1조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했다. 자체 자원도 있겠지만 차입이 필요하다. 루피화 금리가 안정돼 수요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역외 신디케이션 분야에서 그룹 네트워크와 협업할 계획이다.”

-소매금융(리테일)은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

“개점하자마자 현지인 대상 소매금융을 할 수는 없다. 인도는 전체 소득 수준이 워낙 낮고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가 굉장히 강하다. 계좌를 한 번 만들어주면 은행이 관리를 중단할 수 없는 등 굉장히 엄격한 제도가 있다. 지주회사와 함께 대응해 점차 우량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늘려갈 것이다.

-디지털 뱅킹 전략을 설명해달라

“타행보다 진출이 늦은 만큼 다른 은행을 따라가기보다 캐피털마켓이나 디지털 뱅킹 등 새로운 분야에서 승부를 볼 것이다. 서울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뱅킹 기능 일부를 가져와 인도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지주 계열사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완전 별도의 채널을 검토하고 있다.”

-개점 후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한국의 경우 감독기관 규정 지침이 명문화돼 있지만 RBI는 때때로 지침 변경, 권고사항, 주의사항 등을 담은 레터를 내려보낸다. 감독 규정이 까다롭다 보니 위배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점 규모나 확대 계획은 어떻게 되나

“본국 직원은 관리자급 4명, 캐피털마켓팀 2명까지 총 6명이 파견 온다. 현지 직원은 20~22명 수준이다. 개점 첫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크게 이익을 내긴 쉽지 않겠지만 흑자를 목표로 순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 구르가온이 장기적으로는 인도 본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기아차가 입주해 있는 벵갈루루, 경제수도 뭄바이, 자동차클러스터 푸네, 남인도 첸나이 등 후보지를 몇 개 보고 있다. 내년 초 구르가온 개점 후 신규 지점 2곳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부가 승인해준다면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본다.”

-법인 전환 계획을 갖고 있나

“지점은 CEO의 의지도 있고 최소한의 은행 네트워크를 이른 시일 내에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법인 전환의 경우는 약간 미묘한 문제가 있다. 법인은 현지 은행이다 보니 우선지원 분야 대출(PSL), 정책금융 강화 등 규제가 더 세진다. RBI의 기본 입장은 모든 외국계 은행을 법인화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은행에 현지 법인 전환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인도 금융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해달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인도는 ‘걸음마 단계의 거인’이다. 이미 인도 국가 수준에 비해서는 금융이 체계화돼 있고 발전해 있다. 아직 인도 은행이 전 세계에서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성장률은 높다. 선진 금융에 익숙하고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메인 플레이어’가 될 만한 경험과 어학 등을 갖고 있다. 인도 금융시장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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