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은 아무 관계 없는 사람"

입력 2018-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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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여성상 담아내…"한국 여성 이야기 보여주고 싶다"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할 때, 관계가 없을 때 무해한 사람이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작가 최은영(34) 씨는 '내게 무해한 사람'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최근 예스24&문학동네와 함께하는 '2018 여름 문학학교' 첫 주자로 나선 최 씨를 만났다. 최 씨는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을 들고 독자들과 만났다. 책은 마지막 교정 볼 때까지 제목이 없었다. 몇몇 후보가 거론됐고,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이름이 뽑혔다. 작가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씨는 '내게 무해한 사람'에 대해 "여행지에서 에어비앤비에서 지낼 때도 그렇지 않나. 주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며칠동안 노력하곤 한다"며 "하지만 저는 주인에게 완전히 무해한 사람이다. 그의 실제 삶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진짜 관계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최 씨는 책에 레즈비언 커플, 두 자매 등 사회 속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전작 '쇼코의 미소'에서도 그랬듯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폭력, 연대, 애증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회를 맡은 소설가 김중혁 씨는 "책을 보면서 여성의 고단함을 간접적으로 느꼈다"며 "남성으로서, 한국 문단의 남성 작가로서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독자로서 여성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며 "다른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을 보면서 여성 작가인데도 마치 남자가 쓴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것들이 아쉬웠고 마음에 걸렸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글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 씨는 작품을 쓸 때마다 자신의 감정을 90퍼센트 이상 담아낸다. 직접적인 경험은 아닐지라도 작품에 담긴 주인공들의 감정과 생각은 최은영 자신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록작 '모래로 지은 집'은 분량도 길고, 소설 한 가운데 배치돼 있다. 김 씨가 "자전적인 것 같은 편견이 든다"고 말하자, 최 씨는 "자전적 이야기가 맞다"며 "예전엔 제 얘기를 쓰면서 쓰는지 모르고 썼다면, 이제는 '그땐 그랬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이 많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이 원천이 됐다. 최 씨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순간들을 글에 녹아내려고 한다"며 "저는 어린 나이에 등단한 작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반짝거림이나 영민함은 없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그 안에서 리듬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리듬을 갖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다"고 털어놨다.

최 씨는 전작 '쇼코의 미소'로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해 10만 부 돌파 기록을 세웠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느끼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최 씨는 세간의 기대감에 대해 "이겨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콘트롤을 할 수 없었어요. '잘하면 되지'가 안 되더라고요. 마감이 있었기 때문에 펑크를 내지 말자는 생각만 했어요. '쇼코의 미소' 내고 나서 거의 매일 쓴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망작'도 쓰고, 안 좋은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죠."

이제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최 씨는 "자기 비난을 하지 않으면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스스로를 너무 많이 비난하며 살아왔다"며 "저한테 너무 가혹하고 엄격하게 살아온 것들이 전혀 잘 사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저같은 여자들이 많다. 그게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이 들면서 알게 됐다"며 "저와 제 주변 여자들에게 관대지고 싶다"고 했다.

▲최은영 작가.(사진제공=예스24)
▲최은영 작가.(사진제공=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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