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축제와 투쟁이 공존한 제2회 치믈리에 자격 시험

입력 2018-07-22 20:32 수정 2018-07-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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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정 KBS PD, 이준석 전 노원병 당협위원장 등 유명인들도 참가

▲22일 열린 치믈리에 행사 중 1교시 필기 시험 풍경. (이지민 기자 aaaa3469@)
▲22일 열린 치믈리에 행사 중 1교시 필기 시험 풍경. (이지민 기자 aaaa3469@)

‘다음은 매장에서 치킨을 튀기는 소리이다. 잘 듣고 치킨을 총 몇 조각 튀겼는지 고르시오’

배달의민족이 주최한 제2회 치믈리에 자격 시험장은 여느 시험장 못지않게 분위기가 비장했다. 네이버 오픈사전에도 등록된 치믈리에(chimmelier)는 치킨 감별사를 뜻한다.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치믈리에 시험장의 온도는 그 열기만큼 높이 치솟았다. 응시자들은 진지하게 시험에 응했지만 지나치게 진지한 문제 때문에 여기저기서 웃음도 터졌다. 필기시험 직전에는 동물 보호 운동가들이 행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축제의 장이 ‘투쟁의 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남자친구와 행사장을 함께 찾은 김연희(22) 씨는 “필기시험은 자신있다”며 “며칠 전부터 작년 기출문제를 블로그 후기에서 보고 공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실기는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500명의 응시자는 사전 온라인 모의고사에 통과한 2만7000여 명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5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사람들이다. 20~30대 응시자들이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10대와 장년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한 손에 안고 시험을 치른 응시자도 있었다. 한국에 거주 중인 미국인 블로거 할리 브레들리 씨는 “치킨을 먹는 실기시험은 즐겁지만, 필기는 하나도 못 풀 것”이라고 시험 직전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를 비롯해 요리 다큐 프로그램 연출로 유명한 이욱정 KBS PD, 여운혁 JTBC 전 국장, 조수빈 아나운서, 이준석 전 노원병 당협위원장 등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나도 시험 문제를 모른다”며 “지난번에는 반 이상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기는 30문제, 실기는 10문제이며 각각 3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치믈리에 자격증은 올해 민간 자격증으로 공식 등록됐다.

MC를 맡은 개그맨 박수홍이 시험 안내를 하는 도중 한 남성이 무대에 올라 할 말이 있다며 박수홍에게 마이크를 달라고 했다. 그는 “닭은 원래 흙 목욕을 하는 동물”이라며 흙 목욕을 할 수 없도록 지어진 사육장 문제를 규탄했다. 이어 행사장 앞쪽에 앉아있던 응시자 8명 정도가 무대 위로 난입했다. 이들은 ‘이 맛은 30일 된 병아리 맛’, ‘이 냄새는? 30일 된 병아리 냄새’, ‘니가 먹으면 나는 죽어요-닭’ 등 배달의민족 특유의 위트있는 카피를 비꼰 피켓을 머리 위로 들고 치믈리에 향사와 배달의민족을 비판했다.

▲22일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 볼륨에서 열린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행사 중 동물 보호 활동가들이 행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지민 기자 aaaa3469@)
▲22일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 볼륨에서 열린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행사 중 동물 보호 활동가들이 행사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지민 기자 aaaa3469@)

돌발상황에 장내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결국 롯데호텔 측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고 행사장 밖으로 밀려났고, 주최 측은 경찰을 불렀다. 배달의민족은 “반대 시위를 위해 온라인 모의시험을 본 것 같다”며 “수험표가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데 저희도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작지 않은 소동 끝에 행사가 재개됐다. 1~3번 문제는 듣기평가였다. 개그맨 허경환이 운영하는 닭가슴살 제품 ‘허닭’의 광고 노래를 듣고 허닭의 영어 스펠링을 맞추는 문제, 치킨 튀겨지는 소리를 듣고 튀겨진 치킨 조각 수를 세는 문제 등이었다. 그 외에 ‘가장 오래된 치킨 브랜드는?’, ‘후라이드치킨의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최근 출시된 브랜드의 치킨 순으로 나열하시오’ 등이 문제로 출제됐다. 치킨의 역사뿐 아니라 브랜드 치킨에 대해서도 방대한 지식을 요구했다. 기자는 ‘대한민국 치킨전’이라는 책을 독파하고 가 나름대로 필기시험은 자신이 있었으나 근거없는 자신감에 그쳤다.

치믈리에 시험의 하이라이트인 실기 시험이 시작하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행사장을 꽉 채웠다. 10문제를 풀기 위해 치킨 10조각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맛을 보고 브랜드를 맞추면 되는 대체로 간단한 방식이지만 필기시험보다 체감 난도가 훨씬 높았다.

브랜드와 메뉴명이 제시된 9, 10번 문제는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꼽는 문제였는데 치킨집을 20년 넘게 운영한 사장님이 와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기 시험 종료를 앞두고는 매운 치킨 맛의 여파 때문인지 아린 혀를 달래는 ‘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치믈리에 자격시험 2교시 실기시험 (이지민 기자 aaaa3469@)
▲치믈리에 자격시험 2교시 실기시험 (이지민 기자 aaaa3469@)

혼자 행사장을 찾은 김서영(27) 씨는 “실기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미 행사장 사진을 SNS에 올리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긴 했지만, 치믈리에가 돼서 더 자랑할 수 있었음 좋겠다”고 말했다. 전체 문제에서 반수 이상을 맞힌 응시자들은 치믈리에 자격증을 받는다. 결과는 8월 5일 개별 통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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