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요리후지 분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입력 2018-07-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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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영감을 얻는 방법

북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의 일과 창조에 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작가로서 책이 나올 때마다 북디자이너의 창의성에 감탄할 때가 많다. ‘어떻게 이런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잡을 수 있었을까’ 하고 놀랄 때가 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창의적인 인물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바로 이런 놀라움을 선사한 책 중 하나가 일본의 대표적 북디자이너인 요리후지 분페이(寄藤文平)가 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인그라픽스)이다. 저자가 학창시절 데생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부터 아트 디렉터로서 활동하는 지금까지의 소소한 일상과 일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인생 항해일지’라고 이름 붙여도 좋은 책이다. 원래 제목은 ‘디자이너의 일’인데,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은 그동안 얻은 경험을 말하고 생각을 옮기는 형식으로 정리했다.”

주말이나 퇴근 이후에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긴장을 풀고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디자인을 시작하다 △디자이너의 작업 △아이디어에서 형태로 △북 디자인에 관해 △지속의 기술 등 소주제들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인도해 줄 것이다.

책의 어디선가 공감할 수 있는, 혹은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문장을 건지는 것만으로도 횡재한 기분이 든다. 창의성에 관한 글에서 저자는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갑자기 생각해야 할 것과 상관없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렇게 일단 떠오른 아이디어는 줄을 잇게 되는데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 아이디어가 정리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서로 연관이 없던 것들이 연결되어 마치 연상게임처럼 화제나 논리가 사라지기도 한다.”

책의 말미에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격변의 시대에 안정은 사라지고 불안으로 가득 찬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늘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저자는 불안을 에너지로 삼을 것을 주문한다. “디자인을 포함해 어떤 것을 창조하는 일은 그 사람이 안고 있는 커다란 불안을 원동력으로 한다.” 어떤 일이 성취되면 불안은 가시지만 그것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늘 뭔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적으로 불안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불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시각적 이미지가 강조되는 시대지만 창조에 관한 저자의 시각은 독특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믿음과 다르다. 책에 나오는 두 문장은 창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귀한 훈수다. “무언가를 만든다면 왜 그걸 하는지 언어로 쌓아야 모노즈쿠리(物作り·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 만들기)를 지속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감각만으로 디자인하는 시대는 곧 끝난다.” 이 같은 주장들은 “나는 독서하며 일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는 문장과 만나게 된다.

누구에게나 일과 관련된 슬럼프가 찾아오지만 창조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심각한 일일 것이다.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슬럼프를 저자는 예측 불가능한 랜덤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 상태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보다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안정된 방법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임하면서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계속하면서 발상을 기다린다’는 지혜는 생활인으로서도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반복적으로 기다림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면 타당하지만 창조를 재촉하는 나름의 방법을 몇 가지 갖고 있으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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