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깃털 무게의 미국 대통령 행보

입력 2018-06-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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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동안 나라 밖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점이 된 굵직한 두 건의 일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열렸던 G7회담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회담이다. 역사적인 일이라 국내에서는 싱가포르만 부각했지만, 참여국 6개국에 트럼프가 등을 돌린 G7회담도 향후 국제적인 정치·경제 질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심각한 일이었다.

싱가포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신공격과 과장된 협박을 퍼붓던 상대에게 꼬리를 내리고 구체적인 반대급부 없이 한미 군사훈련 중지라는 선물만 안겨준 외화내빈(外華內貧) 이벤트의 백미(白眉)였다. 그의 이런 연기에 대해 “북한과의 회담이 트럼프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평한 뉴욕타임스의 사설을 잠시 보자.

“Mr.트럼프가 세계적 악명의 독재자와 함께 보여준 친근함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괄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 최측근 우방인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를 향해 ‘약해 빠졌다’, ‘사기성이 있다’는 등 비난을 쏟아낸 직후에 보여준 행동이어서 더더욱 경악할 일이다.”

단출한 한 장 반짜리 합의문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세 시간 만나보니 믿음이 가는 지도자”라고 했다. 임진왜란 전에 조선 침공의 생각이 머리에 꽉 차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온 조선의 사신들이 관상에 바탕을 둔 상반된 보고로 후일 구설에 오르는 일화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캐나다에서 열린 G7회의는 미국의 파격적 행보로 시종일관 미국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현안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부과한 25%와 10%의 관세였다. 이는 우방국들이 부실한 자재를 미국에 팔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해서가 아니다. 자국 기업의 피해와 같은 경제적 사유를 근거로 삼았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불리한 판정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2002년 부시 행정부가 자국 기업 피해를 근거로 철강 수입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WTO에서 패소한 일이 있었다.

주요국들과 미국의 오바마 전 정부가 오랜 협상을 통해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협정에서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앞으로 이어질 미국의 경제 제재도 심각한 문제이다. EU의 큰 기업들은 협정 체결 이후 오래 이어졌던 경제 제재로 접근할 수 없었던 이란 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대표적 사례로 프랑스의 에어버스는 이란으로부터 200억 달러 상당의 항공기를 주문받았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 제재를 부활하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의 회사들은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늦게 도착하고 일찍 자리를 뜬 트럼프의 ‘염장 지르기’는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제재로 G7회의 참여가 배제돼온 러시아를 참여시키자는 제안으로 시작했다. 경제 규모로 보면 브라질 정도인 소득 중위권의 러시아는 과거 전략적 고려로 G7회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간 러시아의 도발적 행보는 더 악화했기에 재영입 제안은 씨알이 먹힐 턱이 없는 일이다.

회의 후 캐나다 총리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트뤼도가 G7 직후 미국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기자회견 발언으로 촉발되었다. 몇몇 품목을 제외한 미국의 수출품 대부분이 캐나다 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하고 있어 미국 수출품에 대한 캐나다의 관세는 논란거리가 아니다. EU의 경우도 미국 수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3% 수준이어서 마찬가지이다.

‘그 밥에 그 나물’로 백악관 국제무역 자문역인 피터 나바로가 “지옥에 트뤼도를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고 IS 광신도를 연상시키는 막말을 쏟아냈다. 언론에서 비난이 높아지자 사과했으나 상식과 거리가 먼 이들의 행보에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뿐이다.

백악관 사람들의 파격 일색의 언행을 보며 책임이 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행보와 정책 선택에 신중함이 왜 필요한지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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