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한가운데 선 퀄컴, 트럼프 보호 대가 치른다

입력 2018-03-14 08:59 수정 2018-03-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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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중국에 대한 의존도 큰 가운데 반발 직면할 수도…특허권 사용료 분쟁도 해결해야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업체 퀄컴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 조치가 퀄컴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 반도체 기업 퀄컴을 싱가포르 브로드컴이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 법에 따라 조직된 유한회사 브로드컴이 퀄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해 미국 안보를 훼손할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합병, 인수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은 퀄컴을 1170억 달러(약 124조78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성사되면 IT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완전히 차단됐다. 앞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퀄컴이 5세대(5G) 초고속 이동통신 네트워크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브로드컴의 인수를 조사했다. 5일 CFIUS는 브로드컴과 퀄컴 측 변호사에 보낸 서한에서 인수에 우려를 나타내며 6일로 예정됐던 퀄컴 주주총회를 30일 연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 행정부가 특정 기업의 M&A가 성사되기도 전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직접 보호하는 기업은 매우 제한돼있다. 성명은 이번 명령이 국방생산법 721조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미국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면 반도체 및 이동통신망 산업에서 중국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인수 거부 명령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퀄컴은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를 막았지만 보호 조치에 대한 쓰디쓴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중국과 경쟁하는 동시에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의 매출 중 약 3분의 2는 중국에서 일어난다. 2017회계연도 퀄컴의 매출 223억 달러 중 65%는 중국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57%보다 증가한 것이다.

퀄컴의 벤처캐피털은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을 포함해 중국 벤처기업 35곳을 키워내고 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기대되는 샤오미에도 투자했다. 찰리 다이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스마트폰 부문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고 있으며 첨단 실리콘칩이 사용되는 AI 기반 사업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이 중국과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마크 리 번스타인 IT 애널리스트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는 이는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전쟁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퀄컴의 최대 수익원인 사용료 부문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퀄컴은 미국 애플과 특허권 사용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화웨이도 특허 사용료 지급을 중단한 상태다. 거대 IT기업을 적으로 돌린 퀄컴은 시가총액이 하락하면서 브로드컴에 인수 기회의 틈을 주었다. 퀄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나 비싼 라이선스에 대한 관련 업체의 반발을 무마하는 한편 핵심 시장인 중국의 반발도 누그러뜨려야 하는 과제를 양손에 쥐게 됐다. WSJ은 이번 명령을 계기로 어떤 기업도 퀄컴을 인수하거나 합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향후 퀄컴의 선택지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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