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건축 연한, ‘정권’ 아닌 ‘행정부’ 원칙 세워라

입력 2018-0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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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 따르면 준공된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들은 안전진단을 거쳐 D등급 이하의 결과가 나오면 재건축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싼 문제 대부분은 재건축을 하고 난 주택의 가치가 이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져 소유주에게 막대한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뜨거운 쟁점사항 중 하나는 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한다는 설이다. 정부에서 정한 재건축 연한을 못 채우면 사업 자체를 시작할 수도 없는 만큼, 이 소식은 30년 된 아파트들의 가치에 큰 타격을 주는 반면, 40년 된 아파트들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이는 등 시장에 대단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다.

이처럼 국민 개개인의 재산가치에 엄청난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을 다루는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매우 실망스럽다. 논란이 처음 불거진 1월 초에 국토교통부 관료들은 “재건축 연한 확대 논의 없다”고 잡아떼더니, 얼마 뒤인 1월 중순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사회적 자원 낭비”라는 말과 함께 “재건축 연한 문제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나면 김동연 부총리에게서 “재건축 연한 연장의 부정적 측면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라는 발언이 나온다. 이 사안에 대해 정부가 일관적으로 바라보는 어떤 기준이 있기는 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장면이다.

몇 십년의 시간이 흐른 아파트를 재건축 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의 당초 취지는 무엇인가. 지나치게 노후화돼 무너질 위험이 있는 아파트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낡은 배관으로 녹물이 떨어지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이가 없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시장 과열 등을 조절할 목적으로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한다는 당국의 언급은, 사실상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이라는 사업에 접근하는 투기자들과 인식의 궤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실 이 사안의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와 김현미 장관에게 지게 하기엔 부당한 면도 있다. 현행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를 목표로 기존 40년에서 10년을 단축시킨 결과이기도 한 것처럼, 재건축 시장을 두고 시장 조절 수단 정도로 생각한 정부는 이전에도 많았다.

30년으로 고정하는 것이 맞다거나, 40년으로 확장하는 것이 맞다는 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대한민국 행정부 차원에서 ‘이것이 앞으로 이 나라 정부가 약속할 재건축 연한의 방침이다’라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그같은 신뢰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을 거쳐 모은 재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삶의 질이 걸린 문제다.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앞 정부도 건드렸는데’ 보다는 ‘우리부터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고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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