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국제사회의 ‘히키코모리’ 북한

입력 2018-01-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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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행사 취소를 ‘통보’해 왔다. 2월 4일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에서 하기로 한 합동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여기서 ‘또다시’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지난번 현송월의 방남 때도 일정을 제멋대로 변경한 이후 또다시 일방적 취소를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북한은 우리를 ‘통보’만 하면 되는 존재로 여기는 모양이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하며, 그 이유로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를 들었다. 우리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북한의 진정 어린 조치를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하고 있고, 북한 내부 경축 행사까지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란다. 여기서 경축 행사란 2월 8일에 있을 예정인 속칭 ‘건군절 열병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를 보면,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언론은 북한의 열병식이라는 군사 행위에 대해서도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그래도 되는 것일까? 아니다. 북한의 건군절은 본래 4월 15일이다. 그러다 2015년에 2월 8일로 바꾸었다는 것인데, 확실한 건 작년까지 북한은 열병식이라는 군사 퍼레이드를 2월 8일이 아닌 4월 15일에 개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올해는 올림픽 개막 하루 전날 열병식을 한단다.

유엔은 올림픽에 앞서 모든 국가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냈다. 그런데도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북한이 열병식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와 언론이 가만히 있는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우리와의 약속을 번번이 깨고 있다.

이런 북한을 보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히키코모리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북한이 워낙 국제사회와의 교류도 없고, 자신들끼리만 살다 보니까 다른 국가와의 관계 설정에도 아주 미숙하고,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해, 국제사회 혹은 다른 국가와의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말이다.

북한이 히키코모리가 아니면, 기본적인 예의도 완전히 무시하며 상대가 당황할 정도의 행동을 그냥 마구 해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핵 개발까지 끝냈으니, 그 상태는 더욱 심각해지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북한에 대해 우리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과연 합당할까? 꼭 합당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번 북한이 현송월의 방남을 중지한다고 했을 때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그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 상식적이라면 이런 북한의 비상식적 행동을 비판하고 그 합당한 이유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 정부가 보인 태도는 ‘우물쭈물’이었다.

북한은 이번엔 갑작스러운 행사 취소를 통보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긴 다르다. 이번에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도 그나마 북한이 설명을 했고, 우리 정부의 대응도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약간은 달랐다. 이번엔 최소한의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최소한의 의사 표현은 진즉에 나왔어야 했다. 북한이 2월 8일에 열병식을 한다고 했을 때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행사를 연기하라고 요구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우리가 침묵한다고 북한이 우리의 의도대로 따라오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의 침묵을 오히려 자의적으로 해석해 더욱 히키코모리 같은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북한을 다루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평화도 중요하지만 당당하게 할 말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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