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역린(逆鱗)을 건드리다?

입력 2018-01-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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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MB,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나?”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절대군주의 왕정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어리둥절하다 못해 섬뜩하기조차 하다.

 ‘역린’은 한비자 ‘세난(說難)’편에 나오는 말이다. 책의 편명인 ‘세난’은 ‘유세(遊說), 즉 말로써 왕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뜻인데 한비자의 이 ‘세난’편에는 말을 잘못함으로써 화를 당한 얘기와 함께 설령 말을 잘 했거나 특별히 왕의 총애를 받았다 하더라도 후에 왕의 마음이 바뀜으로써 도리어 화를 당한 이야기가 여러 편 실려 있다.

 그런 이야기 중에 ‘역린(逆鱗 역:거스를 역, 鱗:비늘 린)’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역린은 용의 목 부분에 다른 비늘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난 바늘처럼 날카로운 단 하나의 비늘을 일컫는 말이다. 용은 잘 길들이면 등 위에 탈 수 있을 정도로 사람과 가까운 동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손을 댔다 하면 죽음을 당하기 때문에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바로 역린이다. 용에게 이런 역린이 있듯이 왕에게도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역린이 존재한다는 것이 한비자의 주장이다.

 이후 역린은 ‘건드렸다 하면 용서받을 수 없는 왕의 절대적인 부분’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이처럼 역린은 절대군주가 지배하는 왕정시대의 용어로, 엄청난 공포감을 담고 있다. 이런 말을 법과 제도와 국민의 뜻으로 다스려지는 민주시대의 언론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시대의 대통령에게는 절대 역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역린을 건드리는 일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린은 죽음이라는 보복을 전제로 삼는 말이기 때문이다. 역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순간 본의 아니게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삼가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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