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勞治보다 위험한 것

입력 2018-01-08 10:4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박규준 기업금융부 기자

최근 한 국책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도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인데, 노조 측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마치 회사나 나라가 망할 것처럼 사측과 언론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영진이 정권 눈치 보느라 막무가내로 따르는 정부 정책들에 대해, 노조가 견제의 목소리를 내면 장기적으로 은행과 고객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이사회에 노조 측 인사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금융공기업)와 근로자추천이사제(민간은행) 도입 여부다. 근로자가 직접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이 노동이사제라면,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노조)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제도다. 직접참여냐, 간접참여냐의 문제만 있을 뿐, 노조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은행권 사측은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노조가 직원복지 외에 경영까지 개입하는 것은 월권 행위”, “이사회에서 사사건건 발목 잡아 의사결정 지연”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이사회 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왜 나오게 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내 경영진과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진에 쓴소리를 내고, 다른 시각에서 조언을 해줘야 할 사외이사들이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들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보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표결을 행사한 경우는 없다시피하다. 한 표라도 반대 표결이 나오면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다. 이런 사외이사제 무용론은 1997년 도입 이래 20여 년간 반복돼 온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주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정윤회 씨 동생이 임원으로 재직했던 회사에 거액의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 관련 검사에 들어갔다. 노조 측 사외이사가 존재했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의사결정들이 조금이라도 견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노치(勞治)가 아닌, 견제받지 않는 이사회가 더 위험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종합] "대중교통 요금 20% 환급"...K-패스 오늘부터 발급
  • "뉴진스 멤버는 쏘스뮤직 연습생 출신…민희진, 시작부터 하이브 도움받았다"
  • 중소기업 안 가는 이유요?…"대기업과 월급 2배 차이라서" [데이터클립]
  • "이더리움 ETF, 5월 승인 희박"…비트코인, 나스닥 상승에도 6만6000달러서 횡보 [Bit코인]
  • 반백년 情 나눈 ‘초코파이’…세계인 입맛 사르르 녹였네[장수 K푸드①]
  • 임영웅·아이유·손흥민…'억' 소리 나는 스타마케팅의 '명암' [이슈크래커]
  • 단독 교육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은 ‘2000명’ 쐐기…대학에 공문
  • 류현진, kt 상대 통산 100승 조준…최정도 최다 홈런 도전 [프로야구 24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4.24 13:4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901,000
    • -0.01%
    • 이더리움
    • 4,662,000
    • +1.22%
    • 비트코인 캐시
    • 730,500
    • -1.08%
    • 리플
    • 788
    • -0.38%
    • 솔라나
    • 226,700
    • +1.16%
    • 에이다
    • 723
    • -1.5%
    • 이오스
    • 1,222
    • +0.99%
    • 트론
    • 164
    • +1.23%
    • 스텔라루멘
    • 170
    • +1.19%
    • 비트코인에스브이
    • 103,000
    • -0.39%
    • 체인링크
    • 22,110
    • -0.99%
    • 샌드박스
    • 710
    • +1.5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