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퇴임 "도 넘은 비난, 사법부 독립에 중대 위협"

입력 2017-09-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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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22일 열린 퇴임식에서 진영논리와 정치세력의 부당한 영향력에서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기만 하면 극언을 마다 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고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 공격이 빈발한다"며 "이는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부 독립이라는 헌법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진영논리로 사법부를 공격하는 정치세력을 비판했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을 우리 편 아니면 상대편으로 일률적으로 줄 세워 재단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다"라며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변하면서 다른 쪽 논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진영논리 병폐가 사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이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 존립 기반은 '국민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법관 생활에서 국민 신뢰야말로 사법부 유일한 존립 기반임을 확신했다"라며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모든 법원 구성원들의 기본적 의무"라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 정한 '법원의 날' 행사와 '평생법관제도' 등을 성과로 꼽았다.

양 대법원장은 앞으로도 법관들이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신뢰는 스스로를 희생하며 국민을 섬기려는 진정한 마음 표출 없이 정책이나 제도 개선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모든 법원 가족이 간절한 염원을 합쳐 진정성 있게 이를 추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42년에 걸친 법관 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는 "제게 있어 법관직은 실로 제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올해로 69년이 된 사법 헌정사의 3분의 2에 가까운 시간을 사법부에 몸담아 애환을 같이한 산 목격자"라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오현 스님의 '고목 소리 들으려면'이라는 시를 인용하며 "온몸과 마음이 상처에 싸여있는 고목 같은 법관이 될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이는 "한 그루 늙은 나무도/고목 소리 들으려면/속은 으레껏 썩고/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그 물론 굽은 등걸에/매 맞은 자국들도 남아 있어야"라는 시다. 양 대법원장이 존경하는 스승으로 꼽는 오현 스님은 이날 퇴임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양 대법원장 임기는 24일 밤 12시까지다. 후임인 김명수(58·15) 대법원장 임기는 25일 시작한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김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출석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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