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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인문경영] 고까운 직언, 기꺼운 수용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현명한 리더와 어리석은 리더의 결정적인 차이는? 직언(直言) 수용이다. 직언을 양성화하면 인재가 몰리고, 음성화하면 떠난다. 성군(聖君) 명군(明君)의 시대엔 충신이 모였고, 혼군(昏君) 암군(暗君)의 시대엔 간신이 꼬였다. 직언을 고까워한 리더는 망했고, 기꺼워한 리더는 흥했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스스로를 아첨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말해도 불쾌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폭넓은 질문자가 돼, 질문 사안과 관련된 진실을 참을성 있게 청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양의 사관들도 같은 의견을 말한다. “간언하는 자가 많은 것은 군주가 잘 듣기 때문이고, 간언하는 자가 올곧은 것은 잘 수용하기 때문이며, 면전에서 대드는 데 거리낌없는 것은 거부하는 안색이 없기 때문이고, 숨김없이 쓴소리를 하는 것은 말재주 부리는 자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세(太平聖歲)를 이룬 당태종(599~649)은 직언 수용의 대표적 인물이다. 미관말직부터 고관대작에 이르기까지 간언을 해 서류가 책상에 넘쳤고, 상자를 채웠다. 그는 다혈질인 데다 권모술수에 능했다. “그 촌놈이 대들었다. 죽이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겠다”고 분노를 표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직언을 간절하게 구한 까닭은 대의명분, 인기전술 때문이 아니었다. 실리를 위해서였다. 요즘 말로 지속가능경영, 정권 안정-연장을 위해서였다. 그는 직언 삼간(三諫) 프로세스를 갖추고 진정성 있게 실행했다.

첫째, 구간(求諫)이다. 직언은 듣는 사람도 힘들지만, 말하는 팔로워도 힘든 법이다. 당태종은 “직언이 다수의 ‘예, 예’보다 가치 있다”고 말하며 직언을 장려했다. 마음을 헤아리고, 안색을 부드럽게 해 심리적 안전지대를 마련했다.

지금 당신의 말투, 자세와 표정은 어떤가. 위엄 때문에 상대를 위험하게 느끼게 하진 않는가. 리더 목의 깁스를 풀어야 상대의 입도 풀린다.

둘째, 납간(納諫)이다. 당태종은 미녀를 첩실로 맞으려다 돌려보내고, 궁실 개·보수를 중단하는 등 직언을 들으면 시정하고자 했다. 구성원들의 묵언수행(?)은 무지(無知)보다 무력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말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 불만보다 무서운 게 냉소다. “No를 환영한다”고 말해놓고, “No를 No”하는 자가당착은 직언 수용에서 드러난다. 실수를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시정하지 않는 것은 리더의 잘못이다.

셋째, 상간(償諫)이다. 당태종은 직언하는 신하에게 연회를 베풀고, 비단을 하사하는 등 포상했다. 신료들에게도 직언을 들을 것을 권유했다. 간언을 받아본 사람이 윗사람에게도 간언을 잘 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리더의 진정성은 일시적 기분이 아닌 항시적 기준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증명된다. 최고의 증거는 인사다. 직언하는 사람을 우대하라. 팔로워는 눈치 9단이다. 리더의 진심이 증명되면 앞다퉈 실행한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라.” 구성원의 입장에선 잘못을 지적하는 직언은 고사하고, 제안을 하는 진언(進言)도 쉽지 않다. 생사여탈(生死與奪) 인사권을 쥔 상사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계급의 완장은 리더 인품과 상관없이 주눅 들게 한다. ‘켈의 법칙(Kel’s Law)’에 따르면 직급이 한 단계 멀어질수록 심리적 거리감은 제곱으로 커진다. 동료 간 거리가 1일 때, 직원과 상사와의 거리는 2이고, 심리적 거리감은 4이다. 이것을 좁히는 구체적 실행이 뒤따를 때 직언은 활성화한다.

지금 우리 조직은 ‘아니되옵니다’와 ‘지당하옵니다’, 어느 쪽이 주류인가. 직언은 팔로워의 능력이 아니다. 전적으로 리더의 능력이다. 구간-납간-상간의 삼간 프로세스를 갖추라. 리더가 현명하지 못해 간언을 듣는 것이 아니다. 현명한 리더만이 간언을 들을 수 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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