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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 대학로의 불가능한 꿈

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

뜻밖의 부고를 받았다. 아직 한창 일할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불길한 예감에 뉴스 검색을 먼저 했다. 역시 스스로 결정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1년 전에도 비슷한 죽음을 그저 바라봐야 했다.

연극 제작자였던 극단 ‘적도’의 홍기유 대표와 아시아브릿지콘텐츠의 최진 대표가 그들이다. 두 프로듀서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 배우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연극 제작 기획을 여러 편 했다는 것이다.

최진 대표의 사망을 대서특필한 언론들은 ‘대학로의 미다스의 손’, ‘연극의 상업화를 향한 꿈’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죽음의 원인이 대학로와 미다스, 연극과 상업화라는 만날 수 없는 모순된 개념의 조합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학로는 160여 개의 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연극 클러스터다. 1990년대 이후에 자발적으로 소극장들이 들어서면서 연극 타운을 형성한 대학로는 2004년에 문화지구로 선정됐고 2010년에는 서울시가 연극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로는 나날이 비싼 공연장 임대료와 연극 관람 인구 감소로 폐업하는 소극장을 유흥업소가 메우는 등 정체불명의 지역이 돼가고 있다.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대학로 연극 한 편의 월 매출액은 2500만 원 정도이고 전체 시장 규모는 350억 원대다.

그러나 2500만 원으로 완성도 있는 연극 한 편을 만들어 온갖 첨단 매체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 젖어 있는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결국 대학로 연극 종사자들의 미래와 생계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꾸준히 예술 창작에 몰두하며 좋은 작품을 만드는 레퍼토리 극단들은 진작 대학로를 떠났다. 비싼 공연장 대관료와 인지도 있는 배우 영입 개런티를 감당하느라 작품의 질과 연극인들의 생계는 포기하는, 본질 왜곡과 정체성 불명의 연극들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최진 대표는 몰락해가는 대학로에 나타나 전투적으로 연극사업을 감행했다. ‘김수로프로젝트’라는 희한한 브랜드로 그의 비즈니스 노하우를 대학로의 연극에 적용해왔다.

고백하자면 나는 1990년 연극의 거리 대학로의 초창기 시절 랜드마크였던 ‘동숭아트센터’ 기획책임자로 ‘우리연극탐색 시리즈’를 주창하며 연극운동에 앞장섰고, 그 당시 ‘대학로발전위원회’ 활동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서울예술단의 프로듀서로 전향하면서 연극계를 떠났다.

왜냐하면 연극의 본질은 연출로 대표되는 예술이어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극 프로듀서는 상업적 흥행이 아니라 연극 예술의 완성도와 가치를 실현하는 데 충실해야 할 조력자라고 정의하고, 프로듀서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전문적인 뮤지컬산업으로 길을 바꾼 것이다. 지금은 연극시장과 뮤지컬시장이 분화돼 있어 사실 최근 한국의 연극계 동향이나 특징이나 체질이 낯설다. 가끔 연극계로 나들이하며 내가 연극에 주력했던 1980년대나 90년대, 그리고 지금도 연극계는 박제된 듯 그대로인 생태계와 풍토라고 느끼며 향수에 젖을 뿐이다.

세계적으로도 연극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육성하는 예술의 근간이다. 우리 대학로도 진정한 연극문화특구의 구실을 하려면 자생하기 어렵고 산업화되기 어려운 본질을 가진 연극을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고 가꿔야 한다.

중국 베이징의 798이나 스페인의 빌바오 등 해외 문화특구의 공통점은 정부 차원의 장기적 마스터플랜으로 조성됐고, 연구개발 자금과 세제 혜택 등의 직접적인 지원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기구의 적극적인 활동 등으로 지역 시민의 삶의 질에 기여하고 관광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연극으로 상업화와 수익 구조의 불가능한 꿈을 꿨던 최진 대표는 알았을까? 연극의 알몸과 대학로의 민낯을!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연극 클러스터인 대학로는 지금 흥행 산업이 아니라 문화 육성 특별지구로서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

이유리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장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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