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대륙식 공유경제가 뜬다

입력 2017-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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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셰어링 바람’ 중국서 폭풍성장

제조업→서비스 체질변화 목소리 맞춰

中 정부도 “신흥 산업군 육성” 지원사격

보관소가 필요없는 자전거 공유 ‘광풍’

숙박·차량·지식·의료 등 서비스 봇물

지난해 시장규모 559조… 103% 성장

#. 중국 베이징에 사는 A씨(34)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봄이 되고 날씨가 풀리면서 교통비도 아끼고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타기로 한 것. 그렇다고 해서 거추장스럽게 집에서부터 직장까지 자전거를 끌고 다니진 않는다.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된다. 자전거 공유 앱으로 집 근처에 있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 사무실 근처 아무데나 자전거를 두면 된다.

#. 대학생인 B씨(23)는 숙박공유업체 샤오주(Xiaozhu)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홈 셰어링 호스트가 됐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B씨는 전문적으로 홈 셰어링에 뛰어들 계획이다. 처음에는 월세 부담을 줄일 생각에 시작했지만 수입이 생각보다 꽤 쏠쏠한데다 다른 나라의 외국인 방문으로 자신의 언어학 공부에 종종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최근 공유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공유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변화 중인 중국 경제를 뒤흔들며 ‘중국식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559조원 시장, 연간 성장률 40% = 최근 중국에서는 기존에 있던 서비스 분야에 ‘공유’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붙는다. 숙박에서부터 자전거 차량, 지식,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공유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중국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 공유 경제는 지난해에만 3조4500억 위안(약 559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103% 성장했다. 같은 기간 공유 경제에 참여한 인원은 6억 명에 달한다. 보고서는 앞으로 중국 공유 경제가 연평균 40% 안팎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며 2020년에는 중국 공유경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공유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이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2025년에는 GDP에서 20%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대 공유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에서 공유 경제가 이처럼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그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유휴자산(遊休資産)이 늘어난 것이 첫 번째 배경이다. 개발 붐으로 주택과 재화 공급이 늘어나면서 ‘쓰지 않고 놀고 있는’자산이 늘어나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유휴자산과 수요를 연결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이 속속 등장했다.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유휴자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소비자들에게 선택과 사용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 보급과 그에 따른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중국의 공유경제 성장을 부추겼다.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도 공유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유경제 발전의 중요성과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첨단 기술 산업과 선진 서비스 등 신흥 산업군을 확대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공유 경제 발전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기술 발달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공유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해외 기업도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본토 기업에 맞서 중국 시장 공략에 열을 올렸으며 세계 최대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도 법인명까지 바꿔가며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륙식 공유경제의 정점, 자전거 = 중국의 공유경제는 현재 교통수단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최근 그 정점에는 자전거 공유가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광풍’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전거 공유는 최근 중국 트렌드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요즘 중국에서는 지하철 역 근처와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는 노란색, 주황색, 하늘색 등의 자전거가 즐비해 있다. 오포(노란색)와 모바이크(주황색)가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블루고고가 급성장하면서 3강 구도 체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기만큼 투자금도 쏟아지고 있다. 올 들어서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들에 투자된 자금은 8억 달러에 달한다. 창업 4개월 만에 이용자 625만 명을 확보하며 자전거 공유 업계 다크호스로 부상한 블루고고는 올해에만 58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자전거 공유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아이템이다. 공유경제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기 전부터 한국을 포함해 선진국에서는 공공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한 중국 토종 자전거 공유 서비스만이 가지는 특징이 있다. 바로 ‘보관소가 없다(dockless)’는 점이다. 즉 빌리고 반납하는 장소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자전거 대여서비스라면 빌린 장소에 다시 가서 반납하거나 최소한 자신이 있는 장소 근처 ‘정거장’을 찾아서 자전거를 반납 해야한다. 하지만 중국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도착한 장소가 곧 자전거 반납 장소가 된다. 자전거를 탄 후 아무 곳에나 세워놓고 잠금장치를 걸면 자전거 공유업체 직원들이 자전거를 수거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자전거를 다시 모아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오포와 모바이크는 현재 중국 30개 도시에서 각각 100만대 자전거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총 자전거 대수가 10만대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풍 성장인 셈이다. 모바이크는 서비스를 론칭한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1개월간 1억 명의 이용자가 4억 건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2014년 베이징대 학생 프로젝트로 시작된 오포는 현재 2억 명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공유경제가 제대로 정착해 성숙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유 자전거를 사용 후 도로가에나 그냥 버려두거나 심지어는 나무 위에 걸어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부 이용자들은 QR코드로 추적되는 자전거 본체 대신 일부 부속품을 떼 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공유의 가치를 해진다고 지적한다.

◇中 공유업체, 본토 넘어 해외로 = 자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유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WSJ는 지난 24일 중국의 자전거 공유 업체들이 보관소가 필요 없는 새로운 시스템을 들고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루고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전거 200대를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 5개 미국 도시와 자사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포는 이달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웨스트 콘퍼런스에서 중국식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소개하고, 올해 7월 미국 10개 도시에 자전거 5 만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텐센트의 투자를 받는 모바이크는 최근 싱가포르에 진출에 성공했으며 올해 중에 100여 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오는 7월까지 미국 내 약 10개 도시에 5만대 공유 자전거를 도입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애플로부터 10억 달러 투자금을 유치한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를 대적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그랩택시, 인도의 올라, 미국의 리프트에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해외 진출 발판 마련을 위해 미국 렌터카 업체 에비스버젯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디디추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 인공지능(AI) 연구소 ‘디디랩스’를 오픈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영국·러시아 등에 연구개발센터를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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