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분식회계 공방]‘짜고 친 부실감사’ 꼬리 밟힌 안진, 민사소송 거액배상 위기

입력 2017-0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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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는 커녕 조직적 범행 가담” 검찰 이례적으로 고의성 인정…법원 판단 주목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주들이 딜로이트안진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배상액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지난달 29일 딜로이트안진을 주식회사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또 소속 회계사 1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안진 기소는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고의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범행이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것이었는데, 회계법인이 감시는 커녕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탓에 손실을 키웠다는 점이 검찰 수사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공방이 이뤄지겠지만, 민사소송을 낸 투자자들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을 맡은 변호사들은 형사사건 진행에 주목하고 있다. 단체소송을 맡은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안진이 허위로 기재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범위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례 없는 고의 인정… 배상액수 늘어날 전망 = 지금까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관련해서는 ‘부실감사’ 여부가 문제였다.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토대로 기재한 감사보고서가 회계법인의 책임근거가 되는데, 허위라고 하더라도 과실 인정범위 내에서 책임이 제한되는 식이었다. 그마저도 형사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총 4건에 불과하다.

주주 입장에서는 감사인의 고의를 인정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회계법인은 소송을 당하면 외부감사법을 근거로 들어 감사보고서에 기재한 중요 부분이 거짓이더라도 고의가 없으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회사와 회계법인에 동시에 책임을 묻는다면 회계법인의 책임은 제한하는게 현행 판례 상 흐름이다. 피해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전부승소하는 경우도 없고, 회사책임보다 감사책임이 낮게 인정되는 이유다.

2013년 개정된 외부감사법 17조 4항은 감사인에게 고의가 없을 경우 원칙적으로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정하는 책임 비율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단서조항을 뒀다. 일각에서는 2013년 외감법 개정안이 불법행위 책임을 피하기 위해 회계업계가 로비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한솔신텍 분식회계 사건에서 회계법인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는데, 그 이유로 “사업보고서의 거짓 기재와 관련해 회계법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회계법인의 도덕적해이… 법규정 한계 지적도 = 분식회계 사건은 아니지만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에서 수사하는 최은영(54) 유수홀딩스 회장 사건에도 회계법인이 연루돼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이 회사 주식 전량(0.39%)를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 일가는 이를 통해 10억 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 회생 조사위원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미공개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같은 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는 전문영역인 회계분야에 대한 수사가 어렵고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회계법인 수사는 공이 많이 들어간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언뜻 보기에 이상해도 문제가 없어 보이도록 늘 포장의 여지를 두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고려해서 수사해야 하는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1년 ‘엔론(Enron) 사태’ 이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여러가지 제재조치를 취했다. 엔론 사태는 에너지기업 엔론이 1조 원대 분식회계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 탓에 88조 원대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사건이다. 분식을 주도한 CEO 제프 스킬링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고, 분식회계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은 폐업해야 했다. 당시 미국 금융당국은 후속조치로 ‘사베인-옥슬리법’이라는 회계 개혁법안을 마련해 회계부정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기도 했다. 앞서 회계분야 수사의 어려움을 언급한 부장검사는 “우리나라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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