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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테리사 메이 英 총리, ‘하드 브렉시트’로… 매몰차게 결별 선언한 ‘제2 철의 여인’

[이투데이 김나은 기자]

내년 4~5월 EU 가입 폐지 법안 의회 제출… 국내외 압력에 ‘탈퇴 시간표’ 공개이민자 전면 통제 ‘하드 브렉시트’ 시사… 파운드화 1.2720달러까지 추락 31년 만에 최저

“우리는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될 것이며 더는 우리 사법기구 우위의 초국가적 권한을 가진 정치적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주권국가가 될 겁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브렉시트 출발시점을 마침내 정한 것이다. 메이는 2일 집권당 보수당 연례 총회에 앞서 가진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3월까지 EU 탈퇴 조항인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고, 4~5월에는 EU 가입의 법률적 근거인 유럽공동체법(ECA)을 폐지하는 ‘대(大)폐지법안(Great Repeal Bill)’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EU 탈퇴 공식 통보 시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렉시트 투표 직후인 7월 취임한 그는 그동안 “내년 이후”라고만 막연하게 시점을 언급해왔다. 영국의 EU 탈퇴 절차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근거한다. 이 조항에 따라 탈퇴 협상은 영국이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한 뒤 2년 동안 진행된다. 이를 감안한다면 영국의 EU 탈퇴는 2019년 3월 이전에 완료될 전망이다. 메이 총리는 인터뷰 이후 이날 보수당 연례총회에서는 브렉시트 협상 접근법으로 EU와 ‘섹터별(sector-by-sector)’ 양자 협상을 제시했다. 섹터별로 협상을 통해 자국 기업들이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은 최소화하되 혜택은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압력에 밀려 브렉시트 일정 공개 서둘렀다?= 그간 브렉시트 협상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아껴왔던 메이 총리가 이날 시간표를 공개한 것은 국내외 압력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탈퇴파에서는 조기 협상 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는데, 이런 상황에서 협상 개시 시기를 더 지체하면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게 될 위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최대 동맹국인 미국이 EU와의 탈퇴 협상을 우선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도 메이 총리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초 영국에서 일본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그의 지나친 신중함이 시장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경·재계의 원성도 높았다.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브렉시트로 인한 우려를 언급하며 영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

◇메이 한마디에 금융시장 ‘출렁’= 이날 메이 총리가 “완전한 독립”을 표현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핵심이었던 이민자 유입을 전면 통제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영국 정부가 EU라는 5억 인구의 단일 시장 접근 유지를 위해 일부 이민 억제 정책보다는 EU 규정을 받아들이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무게를 두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메이 총리의 한마디에 요동쳤다. 4일 파운드·달러 환율은 1.2796달러까지 추락해 198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시장 환율로 계산했을 때 2016년 영국 경제 규모가 세계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BBC방송에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면서도 “이민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협상 대상자인 EU 측이 영국에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라서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단일 시장에 남고 싶다면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좋은 것만 취하려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엄포를 놨다.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청사진 공개가 경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년이라는 정해진 협상 기간 내 순조롭게 탈퇴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계획이나 보장 조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 없이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 ‘오락가락’ 힝클리포인트 원전 논란= 브렉시트 문제 외에도 메이 총리를 괴롭히는 문제는 또 있다. 바로 힝클리포인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다.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180억 파운드 규모의 힝클리포인트 원전 프로젝트를 공식 체결 하루 전에 돌연 연기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영국의 핵 안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메이 총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중국 정부 측이 발끈하자 결국 영국 정부는 뒤늦게 사업 승인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갈팡질팡하는 메이 총리의 의사결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흥국의 대명사 ‘브릭스(BRICs)’ 용어의 창시자로 유명한 짐 오닐 영국 재무 차관이 힝클리포인트 원전 프로젝트를 돌연 연기한 메이 총리의 결정에 반기를 들며 사퇴하겠다며 압력 넣기도 했다. 오닐은 지난해 5월 재무차관에 임명돼 메이 총리의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정부에서 중국의 영국 투자 유치를 주도해왔다. 국익을 해치는 결정이 빗발치자 메이 총리는 해당 프로젝트를 승인했지만 안보 논란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승인 없이는 중국이 직접적으로 원전 지분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등 안보 우려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겉치레에 불과할 뿐 안보 논란을 불식시킬 근본책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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