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 없다! 왜?[배국남의 눈]

입력 2016-05-25 10:36 수정 2016-05-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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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정치 관계는?

▲20대 총선에 나서 낙선한 김을동.(사진=뉴시스)
▲20대 총선에 나서 낙선한 김을동.(사진=뉴시스)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에 낯익은 얼굴이 당선됐다. 바로 인기 드라마 ‘세 자매’ ‘데릴사위’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홍성우였다. 당시 37세의 나이에 연예인 최초로 서울 도봉구에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 홍성우는 11, 12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에서 당선돼 3선 기록을 세웠다. 이후 배우 최무룡, 신영균, 탤런트 코미디언 이주일, 가수 최희준, 연기자 이대엽 이낙훈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 신성일 정한용 최종원 등이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전국구)로 국회의원이 돼 활동했다. 물론 연기자 이덕화 문성근, 코미디언 김형곤 등은 총선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첫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후 38년이 흐른 2016년 4월 13일. 3선에 도전한 연기자 출신 정치인 김을동은 스타 아들 송일국 등의 열렬한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구병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 낙선함으로써 20대 국회에선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번 총선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유권자의 관심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연예인 중 가족, 후보와의 개인적인 인연, 지향하는 정치색 등으로 선거 운동원 행태로 선거에 참여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중구성동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남편 지상욱의 당선을 위해 분주하게 선거운동을 한 심은하를 비롯해 남진 이영애 김수미 이은미 윤형주 안내상 우현 전원주 태진아 설운도 엄용수 윤용현 선우용녀 정찬우 박상원 길용우 독고영재 양원경 등이 총선에 나선 후보들의 선거 운동을 도왔다.

우리 사회에선 한동안 연예인과 정치는 양립할 수 없거나 연예인은 권력층의 정치 선전이나 집권 여당의 선거에 단순히 동원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남편 지상욱씨에 대해 선거운동을 펼친 심은하.(사진=뉴시스)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남편 지상욱씨에 대해 선거운동을 펼친 심은하.(사진=뉴시스)

유명성과 인기, 영향력을 바탕으로 대중의 가치관과 세계관, 라이프스타일, 소비생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과 스타들이 국민의 한사람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러 가지 이유로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정치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국회와 장관 등 정부 고위직 진출, 선거운동, 정당 활동에 나서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의 정치활동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엄존하고 정치활동에 대한 유무형의 제약이 뒤따른다는 생각을 하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아 미국처럼 연예인의 활발한 정치활동은 전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처럼 영화배우 출신 대통령도 나오고 이라크 공격 명령을 내린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악마 같은 존재”라고 맹비난을 한 쇼 펜처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은 대통령 선거 때면 가치관과 지향하는 정치색에 따라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과 선거운동, 선거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리프, 맷 데이면, 리오나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와 스티비 원더와 레이디 가가 등 스타 가수들이 선거 운동에 나섰다. 또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레슬링 선수 출신 연기자 헐크 호건, 배우 게리 부시 등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 활동이 긍정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연예인의 선거운동과 정치참여, 정계진출 등이 연예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력층의 강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을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의 일회용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하에서 정치깡패로 악명을 날린 임화수는 정권의 비호 아래 반공 예술인단을 이끌며 김희갑을 비롯한 최고 인기 연예인들을 선거 및 정치 행사에 강제적으로 동원해 정권과 집권여당을 선전하고 표심 얻는 도구로 철저히 활용했다. 이러한 행태는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이어지다 최근 들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고 이주일등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사진=뉴시스)
▲고 이주일등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사진=뉴시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내가 한동안 음악 활동을 못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찬가 만드는 것을 거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중견 연기자도 “1970~1980년대만 해도 집권세력 정치행사에 참여 제안을 받고 불참을 하면 연기활동에 큰 불이익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정치 행사나 선거운동에 나서는 연예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중현의 주장과 중견 연기자의 증언은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순탄한 연예활동을 위해 권력층과 집권여당의 정치행사에 동원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한동안 정치참여를 하는 연예인에 대해 ‘정치적 무뇌아’ 혹은 ‘집권세력의 추종세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생겼다.

또한,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단체장, 장관 등의 성과와 활동이 기대 이하 평가를 받은 것도 연예인의 정치참여 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성일은 국회의원 재직 때 광고업자 2명으로부터 1억8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했고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성남시장을 역임했던 이대엽도 뇌물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는 등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비리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회의원은 정책 발굴과 입법 활동에 성과를 내야 함에도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정당의 홍보행사에만 얼굴을 드러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기대 이하의 활동을 한데에는 연예인 자신의 능력과 실력, 자질부족도 한 원인이었지만 정치권에서의 부당한 편견도 한몫했다. 고 이주일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국민의 투표를 통해 당당하게 국회의원이 돼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동료 의원들이 코미디나 연예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선거 등 정치적인 이벤트에만 얼굴마담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명한 연예인과 스타를 영입했다가 용도폐기하는 정치계의 병폐와 대중적 인기만을 생각하고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던 연예인의 정계진출이 맞물려 연예인의 정치활동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크게 개선되고 정치 참여를 하는 연예인의 자세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또한, 연예인의 정치참여로 인한 연예활동 제약 행태 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당 당원활동에서부터 지지연설, 정치광고 출연, 포럼참가, 시위참여 등 연예인의 정치적 참여가 활발해지고 정치 활동 폭도 확대됐다. 젊은 연예인 중 상당수가 당당하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따라 특정 정당 당원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끊임없이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득표나 이미지 개선용으로 정치 입문을 강권하는 정치권에 대해 소신 있게 거부하는 연예인도 늘어나고 있다. 사랑 나눔 등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고 인기가 많은 차인표는 “대선 때는 특정 정당으로부터 선거운동을 참여해줄 것을, 총선 때는 후보로 나서줄 것을 제안받는다. 정치참여에 대한 뜻이 없고 연기자로서 활동에 전념하고 싶어 정치입문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앞으로도 정치적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직시절 뇌물을 받아 유죄를 선고받은 신성일.
▲국회의원 재직시절 뇌물을 받아 유죄를 선고받은 신성일.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성공적인 정치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정치 참여로 인한 연예활동 제한 등 문제 있는 행태는 근절되고 연예인 정치활동에 대한 편견이나 묻지마식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 연예인들은 실력과 자질, 소신 없이 정계에 입문하는 것은 기대 이하의 정치 활동으로 연결돼 연예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악화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은 유명 스타를 영입해 선거에 투입해도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까지 무시해가며 연예인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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