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유가 하락 공포에 휩싸인 원유시장

입력 2016-01-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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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연초부터 중국발 금융불안이 세계를 흔들더니 이어서 유가하락이라는 이슈가 또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2일(미국 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원유시장은 가격 추가 하락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8% 급락했고, 이에 따라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줄줄이 유가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가 이미 지난해 9월 배럴당 20달러를 예상한 데 이어, 영국의 RBS는 최근 배럴당 16달러라는 예상치를 내놓았고, SC는 충격적인 10달러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런데 유가하락이 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질까? 유가하락은 전 세계 경제에 플러스 요인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수입하는 원유 물량만도 9억 배럴을 웃돌므로, 유가가 하락하는 것이 분명히 경제에 도움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유가 10% 하락은 우리나라 GDP를 0.27%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왔으며, 소비자물가를 0.46% 정도 낮춤으로써 국민소득(GNI)을 0.41% 정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요컨대, 유가상승은 원유를 소비하는 모든 나라로부터 OPEC 등 산유국으로 부(富)를 이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반대로 유가의 하락은 산유국으로 이전되었던 부를 다시 환원시켜주는 효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유가하락은 미국을 위시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는 것일까?

그것은 유가하락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즉, 유가하락은 먼저 산유국들의 수입 감소 및 경제성장 둔화, 이어서 전 세계 물가하락 및 실질 구매력 개선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중 첫 번째를 보자면 유가하락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우세하다. 유가하락이 산유국들의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반면, 원유 소비국들도 물가하락으로 인해 생기는 소비여력을, 언제 다시 유가가 오를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하기보다는 저축하기 때문이다.

먼저 산유국을 살펴보면, 유가하락은 이들 국가의 극심한 수입 감소를 불러일으킨다. 외환보유액에 여유가 있는 사우디 같은 나라는 당분간 버틸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러시아의 경우 유가하락은 당장 루블화 가치 하락 및 그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농산물을 수출하여 먹고사는 유럽 국가들, 예컨대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및 그리스 등의 국가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나아가, 남미의 취약한 산유국들, 예컨대 베네수엘라와 같은 경우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리게 되며, 이러한 국가부도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 채권시장 또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나마 여유가 있다고 하는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당장 줄어드는 수입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그동안 쌓아두었던 달러로 운용해온 국부펀드에서 돈을 꺼내 쓸 수밖에 없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투자되어온 국부펀드의 일부분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주요 산유국 3개국은 이미 지난해 11월말 기준, 1년여 만에 10조6000억원이나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전 세계 주식시장으로부터의 자금 회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원유 관련 수입이 재정의 80%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재정 적자가 1300억 달러에 달해 재정 적자가 GDP의 19.5%나 된다.

IMF는 저유가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이 5년 안에 바닥날 것이라고까지 전망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아직까지는 유가하락이 전 세계에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먼저 부각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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