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016 美 대통령 선거전] ③트럼프 막말·기행 보수층 열광…기성정치 불신이 낳은 스타

입력 2015-09-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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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하·인종차별 발언으로 뭇매… "관료주의 물들지 않아 신선하고 솔직" 재평가

“만약 나라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빅맥을 사주겠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이 발언.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방문을 앞둔 시 주석을 겨냥해 내뱉은 말이다.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뒤이어 미국을 이끌겠다는 야심에 찬 포부로 대권 레이스에 동참했다. 그의 등장에 호사가들은 미국 대선판에 흥밋거리가 등장했다고 핀잔을 줬다. 정치는 해본 적도 없고 TV 리얼리티쇼에 나와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TV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나오는 유행어)”나 외친 사람이 국민 3억명을 책임지겠다고 하니 우스웠던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출마 선언 80일(3일 기준)이 지난 현재, 그를 향한 눈길은 많이 달라졌다. 공화당의 ‘문제아’에서 이제 공화당의 ‘아이콘’으로, 대선 릴레이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았다.

◇‘성폭행범·여성비하’ 막말 논란도, 가려운 곳 긁어주는 애교로 = 트럼프를 향한 비난의 시작은 그의 방정맞은 입이었다. 트럼프의 막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말에 대한 반응은 불쾌감에서 통쾌함으로, 막말을 내뱉은 트럼프는 기존의 고리타분한 정치인이 아닌 솔직한 후보로 재평가되고 있다.

트럼프가 대중에 충격을 안겨줬던 첫 발언은 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행사장에서 멕시코 이주민을 향해 ‘성폭행범’이라고 비하한 것이다. 이 발언으로 히스패닉계는 분노했고, 공화당의 라인스 프리버스 전국위원회위원장은 직접 트럼프에 전화를 걸어 발언 수위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거침없는 발언은 계속됐다.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은 조 바이든 현 부통령을 언급하며 “바이든 부통령이 힐러리를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면서 힐러리와 민주당을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TV토론에 나서서는 자신에게 과거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돌발 질문을 던진 여성 진행자에게 “눈에서 피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는 수준 이하의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 같은 막말은 어느새 대선 레이스에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 됐다. 그동안 체면치레를 했던 정치인과 달리 솔직한 후보로 재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트럼프의 막말을 비난하고 경계하던 다른 후보들도 이제 파격적인 ‘트럼프식’ 발언을 흉내내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가 긴장감에 휩싸였을 때 트럼프는 “한국을 돕는 것은 미친 짓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미쳤거나 천재”라는 발언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분 가발 착용 의혹을 두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잡아당기며 진짜 모발이라고 우스갯소리를 아직도 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막말은 이제 백인 보수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촌철살인’으로 바뀌었다.

◇“트럼프가 진짜 후보” vs “미국 정치 시스템 문제점 보여주는 사례” = 트럼프가 흥행카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른바 ‘트럼프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진정한 대통령 후보라고 극찬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꼬집는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졌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격차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같은 공화당 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젭 부시 역시 “트럼프는 진짜 후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배경에는 그동안 대통령 후보들과 다른 행보를 이어간다는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한 매체는 ‘트럼프 현상’을 놓고 트럼프가 워싱턴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료주의가 팽배한 워싱턴에 물들지 않고 개혁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가 ‘싸움꾼(fighter)’을 좋아하는 대중의 성향을 간파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낡은 덕목으로 취급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벗어던지면서 미국의 보수층은 물론 지지자 다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 현상이 미국 정치 시스템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현상으로 공화당의 설립 이념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트럼프는 후보에 나설 수도 없는 인물이었지만 화제를 좇는 뉴스의 속성 때문에 트럼프가 주목받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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