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배용준 결혼식, 한 일본 팬의 쓸쓸한 뒷모습

입력 2015-07-2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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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배용준 트위터 캡처)

배용준(43)과 박수진(30)의 결혼식은 항간의 관심이 부담됐는지 가족, 친지, 연예계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들의 결혼식을 세상은 ‘007 작전’이라고 말한다. 경호원들은 식장 입구에서 차량을 일일이 확인했고, 하객들은 짙게 코팅된 차 내부에서 손길 한 번 내밀지 않았다.

취재진의 아쉬움은 일단 논외로 하자. 현장에 모인 100여 명의 일본 팬들의 이야기다. 2002년 방송된 ‘겨울연가’에 반해 10년 넘게 배용준을 사랑했던 그들은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뙤약볕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이들의 바람은 하나, ‘배용준의 미소’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용준이 탄 마이바흐는 일본 팬을 야속하게 지나쳤다. 창문을 살짝 내려 손을 흔든 것이 전부였다. 그 흔한 미소 한 번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호텔 식사권과 음료가 주어졌다. 일본 팬들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비록 배용준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그가 직접 준비한 선물에 깊게 감명한 모습이었다.

배용준은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을까. 이날은 양산과 부채가 총동원된 현장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에 일본 팬들은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었다. 배용준이 식장으로 들어간 후에도 혹시 모를 기대감에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부분이 고령의 여성 팬이었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라도, 그곳에 모인 일본 팬들이 바란 것은 식사권이 아닌 배용준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개그맨 유재석은 지난 2008년 나경은 아나운서와 결혼식에 앞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인터뷰했다. 조용한 결혼식을 원했던 신랑 신부와 양가 가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유재석은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그렇다고 결혼식을 앞둔 배용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취재진 앞에서 인터뷰할 필요도 없다.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화답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멀리서 온 팬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고마움을 전하길 바랐을 뿐이다.

한 50대 일본 여성 팬은 현장을 취재 중이던 기자에게 홀로 다가와 서툰 한국말로 질문했다. “혹시 배용준씨 인터뷰는 없나요?”라고... 공식 회견이 없다는 말에 그 여성 팬은 짧게 탄식하며 아쉬움을 얼굴 한가득 드러냈다. 그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보고 싶어 온종일 기다린 그녀였으리라. 혹시 인터뷰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까 기대했을 것이다. 그 여성 팬은 결국 배용준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접고 쉐라톤 그랜드워커힐호텔의 경사진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갔다. 그 뒷모습은 정말이지 쓸쓸했다.

배용준의 상황이 어땠는지 기자는 모른다. 얼마나 긴박했는지, 결혼식을 앞두고 얼마나 긴장했을지, 차를 타고 식장에 들어가는 순간 바닥에 앉아 있는 팬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동의할 수도 없다. 지금의 배용준이 거머쥔 부와 명예는 일본 팬들이 만들어 준 것 아닌가.

▲배용준ㆍ박수진 결혼식장에 자리한 일본 팬들(사진=최두선 기자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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