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파티의 마술사' 바즈 루어만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입력 2014-12-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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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 영화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 감독에 대한 찬사

2013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과 '물랑루즈'를 연출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위대한 개츠비'는 '물랑루즈'의 뉴욕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물랑루즈'의 주 무대인 핑크빛 무도회장은 '위대한 개츠비' 저택의 고품격 클럽으로 옮겨졌고, 사랑 밖에 모르는 보헤미안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은 사랑만 보고 달려온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변신했다. 다만 '물랑루즈'는 바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던 것에 반해 '위대한 개츠비'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원작이다.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탓에 영화 초반에는 다소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바즈 감독은 닉(토비 맥과이어)이 정신과 의사 앞에서 과거를 회상한다는 설정을 새로 넣고 개츠비를 5분 만에 영화에 등장시키며 단 15분 만에 모든 상황 구성을 마치고 당위성을 적립시킨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바즈 감독 특유의 장황한 설명을 정신없이 풀어대는 스킬이 발휘된다. 초반에는 격렬한 음악과 내레이션, 시각화된 그래픽들이 빠른 몽타주에 실려 휙휙 지나간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고전문학을 현실로 끌고와 이처럼 트렌디하게 재구성하는 능력은 굉장하다고 평가한다.

간혹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동일 선상에 올려두고 소설의 기준으로 영화를 혹평하는 이들이 있다. 고백하건데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대여섯 번 읽어본 사람으로서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며 단 한 순간도 실망하거나 눈살을 찌푸려본 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바즈 감독이 소설 '위대한 개츠비'라는 재료에 자신이 가진 가장 맛있는 특제 소스와 뛰어난 손기술을 십분 발휘해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13년 전 '물랑루즈'를 통해 증명됐듯 전 세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그 화려한 색감과 신기에 가까운 장인의 연출 능력은 초특급 3D 입체영화 시대에도 충분히 먹히고 있었다.

(사진=영화 스틸컷)

◆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돼야 한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백그라운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영화다. 직접 삽입된 곡만 해도 스무 곡에 달하며 음악감독 제이지 아래 모인 뮤지션들은 웬만한 드림팀 저리 가라다. 먼저 부인인 비욘세와 절친 카니에 웨스트, 안드레 3000, 퍼기가 참여했으며 미국의 아델이라 불리는 라나 델 레이, 밴드 플로랜스 앤 더 머신, 고티에 등이 참여했다. 장르 역시 일렉트로닉 힙합부터 재즈와 팝, 얼터너비티브 락을 넘나든다.

이같이 다양한 음악을 버무려 대책 없이 화려한 파티를 만들어대는 것은 자신의 영화마다 사운드 트랙 프로듀서를 자처하는 바즈 감독의 특기다. 특히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퓨전은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빛을 발한다. 1920년 재즈 시대와 21세기 클럽 시대가 공존하는 그곳은 오직 바즈 감독의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환상적인 시공간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냥 닥치고 파티다. 바즈 감독의 쇼는 계속되니까.

개인적으로 꼽는 명장면은 소설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개츠비가 미소를 짓는 순간이다. 실제 소설을 보면 닉은 개츠비의 미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 미소는 한순간에 영원한 세계를 대면하고 있는 미소였다. 또한 당신을 좋아하는 데 있어서 불가항력적인 편애를 가지고 있다는, 다시 말해 당신을 덮어놓고 좋아하며 당신 편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미소였다. 그 미소는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으며 당신이 당신을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고, 당신이 최선의 상태에서 전달하고 싶어하는 당신의 인상을 분명히 받아들였다고 보장해주는 미소였다."

영화 속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찌나 많은 연습을 했던지 이런 개츠비의 미소를 훌륭하게 재현해냈다. 그의 미소가 샴페인 잔 뒤로 퍼지던 순간, 밤하늘에는 별빛보다 밝은 불꽃이 빵빵 터졌고, 조지 거슈인의 'Rhapsody in Blue'는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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