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2부-2]부채 출구전략 없는 ‘崔風’…나라도 가계도 ‘빚더미’ 깔릴라

입력 2014-07-31 10:27 수정 2014-07-3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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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500조원 육박, 가계부채 1000조원 넘어…재정건전성 빨간불

갈수록 늘어나는 나랏빚과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500조원 가까이 불어났고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겠다고 나서면서 나라 곳간과 가계 살림의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과 예산을 확대하고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지만 이는 기업은 정부에, 가계는 은행에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집을 사라는 얘기나 다름없어 빚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격이라는 비판만 일고 있다.

◇국가채무ㆍ국채발행 잔액 500조원선…세입여건 어려워 재정건전성 ‘빨간불’ =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가(중앙정부) 채무는 490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원가량 늘어났다. 지난 2008년 298조원 수준이던 국가채무는 이듬해 346조원으로 300조원을 훌쩍 넘어서더니 이제 500조원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올해 1~5월 관리재정수지는 23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5월에만 7조4000억원이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국채 발행 잔액도 지난 22일 기준 501조317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선을 돌파했다. 세수 등 나라 곳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부양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지출을 늘리면서 재정건전성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2013 회계연도 국가 결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재무재표상 부채는 무려 1117조원다. 이는 전년(902조1000억원)보다 215조원2000억원이나 증가한 수준인데, 산정 방식 변경으로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지출 예상액은 연금충당부채가 140조원가량 더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정부 부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 부채도 821조1000억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 공공부문에서 우리나라 국민 1인당(2014년 추계인구 5042만명 기준) 1628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세입여건이 악화되면서 나라 곳간이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는 점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세수진도율은 40.5%로 작년 같은 기간(42.7%)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최악의 세수 부족이 발생했던 지난해보다 세수가 걷히는 속도가 더디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도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8조5000억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글로벌 악재에도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것도 재정건전성 등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36% 수준이라며 재정건전성은 양호하다고 자평하지만 급증하는 국가채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로 세수 여건이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나랏빚은 한 번 늘기 시작하면 줄여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재정지출 효율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1000조원 돌파…저소득층에 집중 질도 약화 = 나라 못지않게 가계도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 3월말 기준 가계신용은 1024조8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카드ㆍ할부결제 등 판매신용을 합한 수치로, 가계부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다. 가계신용은 작년 1분기 9000억원가량 줄었지만 2분기 16조7000억원, 3분기 14조원, 4분기 27조7000억원으로 늘면서 매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가계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가계부채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4년 103.4% 이후 매년 증가해 2012년 136.3%까지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6.2%)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가계 빚이 늘어난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계마다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부담이 중·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채무상환비율은 56.6%로, 중소득층 28.1%와 고소득층 26.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군’ 확대는 곧 가계 붕괴와 금융권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은행과 제2금융권, 지역에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 60%로 완화하는 등 부동산 대출 빗장을 풀어주기로 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는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은 편이고 부채 증가 속도 역시 소득보다 빠르다”면서 “자산시장의 하락 압력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단기·일시 상환대출을 중·장기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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