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디트로이트시와 도요타시

입력 2013-04-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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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최근 발표된 3월 주요 자동차 업체의 미국 판매량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경기와 자동차 산업의 관계는 매우 밀접했다. 자동차 산업이 호황일 때는 대체로 경기가 안정적이었던 반면 자동차 산업이 부진하면 경기도 암울했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제조와 완성차 조립·판매·정비·할부금융·보험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산업을 거느린 대표적인 전방위산업. 그만큼 파급 효과와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디트로이트와 ‘빅3’의 관계다. 디트로이트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크라이슬러 등 빅3의 본거지가 자리하며 자동차 산업이 도시의 근간을 이뤄왔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표면화하기 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매월 사상 최고의 판매 행진을 이어갔고, 근로자들은 강성 노조를 등에 업고 고액 임금과 고액 퇴직금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 금융위기 충격파가 자동차 산업을 덮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빅3 중 GM과 크라이슬러가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도시의 근간이던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도미노처럼 번져 자동차 생산 라인이 다른 주나 해외로 빠져 나가면서 대량 실업과 공동화 현상이 디트로이트를 어둠으로 몰아넣었다.

1950년대 180만명 이상이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현재 70만명으로 줄어 인구 규모가 전미 5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시민의 3분의1 이상은 빈곤층이며, 실업률은 전미 평균인 7.7%를 훨씬 웃도는 18.2%다.

한때 버락 오바마 정권의 노력에 힘입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회생하는 듯했지만 정작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인 디트로이트에까지 혜택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디트로이트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재정 비상사태가 선포된 디트로이트 시의 재정적자 규모는 3억2700만달러(약 3674억원), 장기부채는 무려 140억달러에 이른다. 디트로이트가 파산할 경우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 파산으로 기록된다.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도요타시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토요타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대량 리콜사태, 3·11 동일본 대지진 등 연이은 악재에 치명상을 입었다. 토요타 관련 근로자가 8만명에 달하는 도요타시 역시 토요타자동차가 겪은 혹한기를 함께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요타가 실적 부진에 허덕일 때 도요타시에는 실업자가 급증,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근로자들 때문에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 시 재정도 어려움을 겪었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은 가까워진다고 했던가. 최근 발표된 자동차 업체들의 호실적이 얼어붙었던 경기 회복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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