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복지정책은 ‘예산 맞춤형 복지’

입력 2013-02-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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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 모두 공약 보다 한 발 후퇴…기초연금은 저소득층·여자 불리,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는 여전이 본인 부담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중 복지 관련 부분을 보면 당초 공약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노인임플란트, 장애인등급제 폐지 등 각 공약의 핵심 사안은 언급이 안 되거나 수정돼 ‘예산 맞춤형 복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저소득층·여자에 불리한 기초연금=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기초연금’은 결국 국민연금과 통합해 ‘국민행복연금’으로 바뀌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아닌 소득하위 70% 노인들은 공약대로 20만원을 받지만 국민연금 가입 노인들은 가입 기간에 따라 실제로는 4~10만원씩 차등지급 받게 된다.

인수위 발표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하위 70%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 대신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소득 하위 70%의 국민연금 가입 노인들은 14~20만원(국민연금 포함)의 연금을 차등 지급 받는다.

소득 상위 30% 노인들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4~10만원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4만원을 받는다.

최성재 고용복지 간사는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되 하위 70% 해당자는 20만원씩, 상위 30%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겐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화해 지급하는 방향으로 최종안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가입해 소득과 가입 기간에 따라 지급받는 적립방식이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매년 삭감돼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자 실질적 노후보장을 위해 마련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한 공적부조이다. 국가의 사회보험 틀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인데 분명한 방향 설정 없이 진행돼 도리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기초노령법에 의하면 2028년부터는 평균소득의 5%에서 10%로 인상돼 누구나 20만원을 받지만 인수위 안은 이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대체로 비정규직, 여성처럼 고용과 실업을 반복한 저소득층으로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중·상류층 보다 연금도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 4대중증질환, 국가가 100% 보장 못 한다= 대선 당시 공약했던 ‘4대중증질환 100%’ 보장은 없던 일이 되버렸다. 인수위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중증질환에 대해 2016년부터 100%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비용으로 꼽히는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간병비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인수위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실질적 환자 부담완화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환자 부담완화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최성재 간사는 “4대중증질환은 올해 건강보험 보장률 88%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100%까지 보장할 것”이라며 “다만 100% 보장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를 제외한 필수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의미로 본인부담금은 법정부담금이라 그대로 유지해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형준 정책국장은 “4대중증질환은 이미 건강보험 보장률이 90~95%에 달한다. 암, 심·뇌혈관 등 중증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대부분 보험 적용이 안 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때문인데 보험이 적용되는 부분만 보장성을 높이는 것은 말 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비 상한제와 노인 임플란트 공약도 본래 축소돼 발표했다.

정 정책국장은 “박 당선인이 원래 공약한 의료비 상한제는 10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이었고 최저 상한액도 50만원이었다”며 “의료비 상한제는 비급여가 빠진 상태에서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으로 커버되는 의료비로 120~500만원까지 내는 경우는 드물어 혜택 범위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소득층 어르신은 임플란트를 할 수 없는 구강구조를 갖고 있어 임플란트 보장은 원래 틀니부터 보장하고 가는 것이 순서다. 임플란트 보장은 치아 관리가 잘 된 고소득 노인을 위한 공약”이라며 “소득이 있는 노인들을 위한 공약도 문제지만 임플란트 적용을 전체 치아로 할 것인지, 어금니만 할지 등 중요 사안은 빠졌다”고 꼬집었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요원= 이밖에 대선 기간 동안 잇따른 장애인들의 죽음으로 부각된 ‘장애인 등급제’ 폐지도 요원해졌다.

대선 당시 박 당선인은 장애인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인수위는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욕구, 사회·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장애판정 체계로 단계적 개선”한다고 밝혔다.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지원, 장애인 급여, 장애인 연금 등은 현재 장애인 등급제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다.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각자 처한 환경과 장애 정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등급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장애계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 없이 활동보조지원만 확대하면 고 김주영, 파주 장애 남매의 죽음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애초에 대선 공약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인수위에서 긍정했던 부분은 ‘장애인 등급제 폐지’였지 개선이 아니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도 ‘제정’으로 이야기했는데 ‘제정 검토’로 바뀌었다”며 “장애인 관련 공약은 ‘권력과 예산 맞춤형 복지’로 말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은정 간사는 “민생 대통령을 내세우며 국민의 실질적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맞춤형 복지 확대라고 했는데 구체성이 없어 누가, 어떻게 확대된 복지 혜택을 받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복지정책이 전반적으로 재정건전성 안에서 수혜자의 근로 자립 유도하는 복지를 지향해 상황에 따라 복지 정책이 후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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