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운의 재계 인사이드]"삼성-LG 감정 싸움, 이제 끝내라"

입력 2012-12-28 10:3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국내 전자업계를 이끄는 대표 그룹은 바로 삼성과 LG다.

한국의 전자산업은 한 때 전자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넘버원으로 군림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한국 경제가 위축되지 않고 선전했던 것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수출을 견인했던 전자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가운데, 삼성과 LG의 감정의 골이 심상치 않다. 해외 업체와의 분쟁이 아닌 한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 간의 다툼이다. 3D TV에서 촉발된 양사의 갈등은 OLED, LCD, 냉장고 등으로 차츰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양사 간 소송도 끊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LG전자가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은 1세대고, 자사의 FPR(필림패턴편광)이 진정한 2세대 방식이라고 공격한 것이 신경전의 시작이다. 삼성전자 측은 50년도 더 된 편광방식은 풀HD를 지원하지도 못한다며 반격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한 고위 임원이 공개적으로 “LG 엔지니어들이 양심을 팔았다”며 육두문자를 섞어 비난했고 이 사건은 1년 가깝게 양 측의 감정을 소모하며 이어졌다.

올해는 OLED TV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7월 검찰은 삼성의 OLED 기술을 LG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과 이를 건네받은 혐의의 LG디스플레이 임직원 등 11명을 기소했고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만일 기술유출에 대해 법원이 검찰 기소를 받아들어 유죄로 판결한다면, LG디스플레이는 삼성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기소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기술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자 LG디스플레이는 즉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사의 OLED 특허를 침해해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며 소송했다.

12월에는 LCD로 불이 옮겨 붙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2월 초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에 LCD 특허침해·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같은 달 LG디스플레이 역시 LCD 특허사용금지와 ‘갤럭시노트 10.1’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벌어진 냉장고 비방전도 괘를 같이 한다. 경쟁사 냉장고 용량을 비교한 삼성전자의 동영상 광고를 놓고 LG전자가 반발했고, 결국 법정 공방을 통해 삼성의 광고는 모두 내려졌다. LG전자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25일부터 “LG전자의 진심과 열정이 반칙과 편법을 이겼다”는 유튜브 광고를 내보내 삼성 측을 자극하고 있다.

시장 경쟁자인 만큼 견제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양사의 쌓인 감정이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도를 넘는 소모적인 감정 싸움의 종착지는 ‘자멸’일 뿐이다. 현재 일본과 대만은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반도체나 완제품 전 분야에서 한국을 타도하자며 손 잡고 합종연횡하고 있다. 일례로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는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삼성과 LG가 차지한 디스플레이 시장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내보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한국 업체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마당에 국내 대표업체 간 소모전은 기업은 물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안방에서 이전투구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무대는 안방이 아닌 전 세계 시장 아닌가. 한국 브랜드가 완벽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이제 소모적인 감정 싸움을 끝낼 때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음주운전 걸리면 일단 도망쳐라?"…결국 '김호중 방지법'까지 등장 [이슈크래커]
  • 제주 북부에 호우경보…시간당 최고 50㎜ 장맛비에 도로 등 곳곳 침수
  • ‘리스크 관리=생존’ 직결…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태풍]
  • 맥도날드서 당분간 감자튀김 못 먹는다…“공급망 이슈”
  • 푸틴, 김정은에 아우르스 선물 '둘만의 산책'도…번호판 ‘7 27 1953’의 의미는?
  • 임영웅, 솔로 가수 최초로 멜론 100억 스트리밍 달성…'다이아 클럽' 입성
  • 단독 낸드 차세대 시장 연다… 삼성전자, 하반기 9세대 탑재 SSD 신제품 출시
  • 손정의 ‘AI 대규모 투자’ 시사…日, AI 패권 위해 脫네이버 가속화
  • 오늘의 상승종목

  • 06.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755,000
    • +0.36%
    • 이더리움
    • 4,966,000
    • -0.54%
    • 비트코인 캐시
    • 553,500
    • +1.28%
    • 리플
    • 692
    • -0.86%
    • 솔라나
    • 189,000
    • -1.72%
    • 에이다
    • 544
    • +0%
    • 이오스
    • 814
    • +0.74%
    • 트론
    • 165
    • +0.61%
    • 스텔라루멘
    • 133
    • +1.53%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900
    • +0.96%
    • 체인링크
    • 20,360
    • +0.3%
    • 샌드박스
    • 470
    • +3.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