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리 찾아 나선 길… 강원도 정선 vs. 경남 밀양

입력 2012-11-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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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프고 애절한 정선 아리랑 … 빠르고 흥겨운 밀양 아리랑

▲강원 정선 병방치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비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을은 감성적인 계절이다. 늦가을은 더 그렇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허전함이 느껴진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런 면에서 가을은 충동적이고 위험한 계절이다.

여행의 묘미는 아무런 준비 없이 훌쩍 떠나는 데 있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 하면 반겨주는 곳이 없다. 그렇다고 깊어가는 가을을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일.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주저 말고 떠나보자.

풍부한 가을 감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여행지가 있다. 언제라도 포근하게 여행객을 맞이하는 곳,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는 곳, 소리의 고장 강원 정선과 경남 밀양이다.

이 두 곳은 아리랑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고장이지만 정선과 밀양은 전혀 다른 매력을 지녔다. 그 특징은 ‘정선아리랑’과 ‘밀양아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정선아리랑’은 산간 지역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단조롭고 유장하면서 구슬프고 애절하다. 가사 3000여 수에는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휘어 흐르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반면 ‘밀양 아리랑’은 매우 빠르고 흥겹다. 산과 강, 들로 둘러싸인 밀양은 예부터 곡식과 과일이 풍요로운 고장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에 수확하는 기쁨도 컸다. 그러나 들이 넓은 만큼 농사는 고달팠다. 그 고단함을 달래준 것이 ‘밀양아리랑’이다.

▲경남 밀양의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내려 등산로를 따라가면 억새를 만날 수 있다.
‘정선아리랑’은 1971년 강원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됐고, 1976년부터 해마다 정선아리랑제가 개최되고 있다. 무형의 아리랑을 찾아가는 유형의 여행 코스는 거칠현동, 아우라지 처녀상,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 어디라도 좋다. 다만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조망하는 것이 좋다.

정선읍에서 나전역 가는 길에 위치한 반점재가 그것이다. 이곳은 차량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발 450m 정상에 서면 조양강에 포근히 안긴 마을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신동읍 조동리의 새비재는 반점재에서 보는 전망과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오르는 길 어느 지점부터인가 고랭지 배추밭이 그림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밀양 관광의 출발점은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다. 세월이 흐르며 다양하게 변형된 ‘밀양아리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는 춘정 변계량, 점필재 김종직 등 대학자를 배출한 밀양의 학맥과 밀양 12경도, 영남 유림이 발행한 성호선생문집책판 등이 전시돼 있다. 밀양의 독립운동사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 입구에는 다양한 태극기 모양을 공부할 수 있는 태극기 스탬프 체험 공간도 있다.

늦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억새다. 정선을 여행한다면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기록사랑마을전시관은 한때 함백 지역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던 신동읍 조동8리의 사라진 함백역을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복원, 관련 기록물을 보존해둔 곳이다.

밀양의 산들에도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천황산이다. 해발 약 1020m까지 이어진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가 있어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내려 사자봉을 지나 사자평까지 다녀오는 데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할 계획이라면 오전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겨울의 문턱에서 만난 ‘감성 여행지’ 정선과 밀양. 한국인의 뿌리 깊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 언제라도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 정선과 밀양 여행에 있어 필요한 것은 풍부한 감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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