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권력형 게이트' 비상]유난히 많았던 대형 국책사업…관련기업 ‘살얼음’

입력 2012-05-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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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관련 건설사 담합·대기업 특혜도 4년만에 재조사…‘권력형 비리’수사확대 전망 속 경영공백 등 악여향 우려

권력의 힘에 짓눌려 있던 비리사건들이 하나둘씩 고개들 들고 있다. 임기 말 심각한 레임덕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비리 의혹이 청와대로 통하는 ‘MB 깔때기 효과’가 뚜렷하다. 돈과 권력의 혼외동거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MB정권 울타리 안에서 굵직한 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현 정부는 4대강 공사에서부터 원전수주 등 대형 국책사업이나 거래를 유달리 많이 진행해 왔다. 여기에 대형 인수합병(M&A), 종편 채널 등 MB정권의 30대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누가 먼저 의혹을 제기하면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확대되기 딱 좋은 아이템들이다. 최근 파이시티 사태는 앞으로의 새로운 게이트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에‘돈은 권력을 쫓고, 권력은 돈을 쫓는 구습’이 반복되는 정권 말기 권력형 게이트에서 회자되고 있는 기업들이 외풍에 의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MB정권 울타리 안에서 4대강 살리기 공사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지난 2월 경기도 여주 강천보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민권 합동 특별점검단이 보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점검에 나서고 있다.
◇4대강 사업, 건국 이래 최대 비리?= 건설업계가 ‘사정 태풍’이라는 칼 바람을 맞고 있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나서 4대강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를 대상으로 입찰비리 및 담합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0월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한 이후 4년만이다.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조사를 중단했던 공정위의 입장 반복에 갖가지 추측이 오가고 있다.

재계는 사정활동 시기가 정권 말기이고 사정 주체가 검찰은 물론이고 공정위, 감사원을 망라하고 있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광주 총인시설 입찰과 인천 환경플랜트 설계심의 비리를 조사하고 있고, 공정위는 4대강 사업 담합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감사원은 주요 발주기관을 대상으로 대형공사 추진실태를 점검 중이다. 지난달 10여개사 관계자들이 불려가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에 전체 발주된 공사비는 약 8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4조5000억원, 약 54%를 상위 10대 재벌건설회사들이 사업권을 따냈다.

이들 대형건설업체들의 계약가격은 종소건설사보다 계약가격이 평균 1.5배에서 최대 2.6배까지 높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져 4대강 사업이 대기업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교체와 관련 특혜시비에서도 대기업이 등장했다. LED 전등은 전기료가 적게 들고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격이 10배가량 비싸다. 4대강 전등 교체 투자비만 100억원이 더 들어갔다. 이 투자비를 대기업 계열사들이 나눠 가졌다는 것이다.

현재 LED 시장의 주력기업은 삼성LED와 LG전자, 포스코LED를 비롯한 대기업 계열사다. 중소기업을 합치면 800여개 기업이 있지만 정부의 공공사업에서 대·중소기업 간 공정경쟁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4대강 특혜시비가 점차 고자되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정몽구 회장의 딸이 운영하는 현대차계열 광고기획사인 이노션이 지난해 4월 한국언론재단에서 실시된 ‘4대강 살리기 광고대행사 선정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갖가지 소문이 일었다.

◇활발했던 M&A시장, 소리내 웃지 않는다= ‘웃고 있지만 웃음소리는 내지 않는다’.

MB정권에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기업들의 속내다. 이 정권들어 대어급 기업매물이 쏟아지며 대기업마다 M&A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활발한 첩보전을 펼첬다. 경영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자리매김한 할 정도 였다. 비용이나 이질적인 기업 문화 등으로 M&A를 꺼리던 대기업들이 따로 전담조직을 꾸려 매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우리나라 10대 그룹들은 롯데그룹이 21개회사를 M&A를 통해 사들인 것을 비롯하여 M&A를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신규사업에 진출을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금융전문분석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에 거래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국내M&A 딜은 모두 467건으로 금액은 50조원에 달했다.

삼성그룹은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던 이건희 회장 지난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시점부터 적극적인 M&A와 기술개발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장은 해체됐던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복원과 함께 M&A를 담당하는 전략 1팀과 2팀이 신설했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내부에도 별도의 M&A 조직이 신설하고 2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그룹 전반의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 회장 복귀 후 2년동안 그룹 전체적으로 업체를 인수하거나 주요 지분을 투자한 사례는 총 16건에 달한다. 대부분 투자금액이 수백억원 수준에 그치는 소규모 딜이었고, 투자한 곳중 상당수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되는 등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M&A시장에서 긴 침묵을 깨고 지난해 현대건설, 녹십자 생명을 인수하며 비(非)자동차 부문 사업을 강화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제수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감정싸움에 소송까지 벌이며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최근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우리금융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금융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정권 말기라는 시기적인 변수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하면서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M&A건을 추진하기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또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MB정권에 마지막 선물을 안겨줄 거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MB정권, 대형 게이트 ‘시작에 불과?’= “본사가 포항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정권말기 때 마다 불거지는 의혹과 루머에 곤혹스럽다. 또 다시 ‘파이시티 사건’으로 포스코가 정권 비리에 휘말리고 있다.”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시공사 재선정 논란에 포스코건설이 휘말리면서 이에 대한 충격파가 포스코 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지자 포스코 관계자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총선 이후 사정당국의 기업 관련 조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 분위기에 미뤘던 조사들을 빠르게 진행해야 연말 대선 정국 이전에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올초 SK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강도높게 진행했던 검찰은 최근 LIG 오너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앞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공정위도 롯데백화점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대기업 불공정거래 행위 단속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특정 업체와의 독점 계약이 주된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 전반적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홈쇼핑 업계에 대한 조사는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등 업계 주요 업체가 대부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쇼핑몰에 입점했거나 홈쇼핑업체가 직접 운영중인 해외 구매대행 온라인몰의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서는 대림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관련 첩보를 접수하고 계좌추적과 관련자 조사 등 내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총선으로 대기업 수사에 대해 부담을 느낀데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SK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공판과 예술대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에 집중하면서 수사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첩보는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하청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골자다.

◇기업-권력형 비리 집중수사…사정바람 분다= 현재 재경지검과 서울중앙지검뿐 아니라 검찰 내에서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까지 기업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상은 기업 비자금, 정·관계의 권력형 비리 등 전방위적이다. 이미 수사 중인 사안 이외에도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 이름도 검찰 안팎에 나돌고 있다.

재계는 올초 선고된 법원의 비리 경제인 중형 판결을 놓고 예전과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며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법원은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태광그룹 총수 일가와 9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저축은행 대주주 및 고위 임원들에게 이례적으로 징역 4년 6개월∼1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례적으로 불구속 기소한 80대 오너도 법정 구속했다.

태광그룹 오너 일가에게 선고된 형량은 2003년과 2007년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이 선고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보다 무겁다. 이 같은 조치는 대기업 오너의 비리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 범죄 혐의로 기소된 다른 재벌 총수의 판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를 놓고 초미의 관심사다.

최 회장의 경우 수감된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구속 만기일이 오는 7월 20일경으로 그 전에 1심 판결을 내리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재판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26일 최태원 회장은 검찰측 핵심증인인 서범석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나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재판정에 머물렀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공판에 출두했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한화외에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이 잇따라 열리면서 재계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면서 "최근 정권말기 레임덕 분위기를 우려한 대기업 때리기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어 재판으로 인한 경영 공백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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