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해부학] 지루함과 현란함의 미묘한 경계…'더 킥'

입력 2011-10-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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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대한민국 영화팬들은 낮선 태국 영화 한 편에 열광했다. 할리우드의 과장된 액션과 컴퓨터그래픽에 익숙했던 눈은 이른바 실전 액션으로 불리는 이 영화의 현란함에 넋을 빼앗겼다. 영화 ‘옹 박’이 그 주인공이다.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며 ‘옹 박 신드롬’이 일어났고, 감독을 맡은 프리챠 핀카엡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태권도다.

한국과 태국의 합작 형태로 제작된 태국에서 100% 촬영된 ‘더 킥’은 105분 동안 서커스에 가까운 배우들의 현란함이 주 무기다. 일반적인 개념의 태권도보다는 곡예를 부리듯 ‘마샬아츠’ 형태로 변모했다.

태국에서 가족과 함께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문사범(조재현) 가족. 과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상대편의 반칙으로 금메달을 놓친 ‘문’은 아내인 ‘윤’(예지원), 그리고 세 명의 자녀와 함께 20년 뒤 태국에 정착한다.

문의 맏아들인 태양(나태주)은 아버지의 바람인 금메달에는 관심이 없다. 가수가 되는 것 만이 그의 관심사다. 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1차 오디션에서 합격한 기쁨도 잠시. 3000만달러에 이르는 태국 왕조의 보검을 훔쳐 달아나는 석두(이관훈) 일당과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후 태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문사범 가족과 그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석두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계속된다.

전반적인 영화의 전개 과정은 상당히 정직하다. 복선이나 예측 불허 혹은 반전 등의 묘미는 전혀 없다. 이미 보여주기 위함에만 집중한 영화이기에 내용적인 면의 부실함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옹 박’에서 보여준 ‘성룡’식 실전 액션 시퀀스를 배제해 배우들의 동선 자체가 단순하다. 때문에 실제 태권도 선수 출신인 나태주와 태미의 태권도 실력을 반감시키는 느낌이다.

시퀀스별 액션 동선도 비슷하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한 느낌도 크다.

최근 액션 영화의 트렌드라고 하면 매력적인 악역이다. 모델급 외모와 비주얼을 자랑하는 ‘더 킥’의 석두는 이런 트렌드에 반감된 캐릭터 설정으로 그나마도 지루한 영화의 느낌을 더욱 부추긴다.

여기에 3000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가 넘는 국보급 보검을 주방용 식칼처럼 휘두르고, 발차기 한 번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악당들의 모습은 ‘12세 이상 관람가’를 감안하더라도 다소 무리가 있게 느껴진다.

다만 후반부 동물원 시퀀스는 ‘더 킥’이란 영화 제목에 어울린다. 철제 프로펠러 선풍기를 이용한 액션신과 철제 난간 위에서 벌이는 세 여성의 대결은 잘 짜인 동선과 합을 느낄 수 있다. 라스트에서 선보인 나태주의 900도 회전 킥은 감독의 ‘NO 와이어, NO CG’에 어울리는 단 한 장면.

전반적으로 아동 수준의 눈높이에 맞춰진 흐름과 내용 전개 및 완성도 면에서도 상당히 미흡해 보인다. 베테랑 조재현과 예지원 및 영화 ‘옹 박’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도 얼굴이 알려진 태국 배우 멈의 연기는 영화 전체의 본분에 충분히 힘을 더한다. 감독의 전작

‘초콜릿’에 출연한 태국 여배우 지자 야닌의 액션 장면도 볼거리. 개봉 다음 달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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