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너도나도 ‘公試’ 속으로

입력 2011-01-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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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채 평균 경쟁률 115:1

우리 사회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퇴색된 지 오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 30년 이상 장기 근속자는 전체 직장인의 0.3%에 불과하다. 반면에 근속연수가 5년 미만인 퇴직자는 전체의 86.7%를 차지했다.

평생 직장의 퇴색은 젊은 인재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에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공시(공무원 시험을 줄여 부르는 말)’ 열풍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민간이 아닌 공공 부문에 몰리는 현상이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사용돼 인기를 끌고 있는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우스개 소리와 일맥상통한다.

각 대학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대학가 주변 상가는 썰렁해진 대신, 공무원 시험 중심지인 노량진과 신림동 일대 상가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웬만한 대학의 도서관은 이미 공시족들이 장악한 지 오래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교정을 밟아 보기도 전에 노량진의 공무원학원을 먼저 등록할 정도가 됐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 선발 예정인원 446명에 총 5만1452명이 지원해 평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전체 행정직 응시자 수도 17만명 선을 넘었다. 단순 수치상 7급 공무원이 될 확률은 0.86%에 불과하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에 따라 확률은 달라지겠지만 이같은 수치 만을 봤을 때, 많은 젊은 인재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 중 상당 수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공무원 주요 시험 과목과 수능 일부 과목이 겹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신림동 소재 고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고용불안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대학생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까지 안정적인 공무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대학 진학 전부터 준비해 졸업 전까지 합격을 목표로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수험생 상당수가 합격할 때가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거나, 할 계획인 ‘공시족’ 241명을 대상으로 향후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응답자의 60.2%가 해가 바뀌어도 시험에 다시 응시하겠다고 답했다.

고용안정과 신분보장 등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에 빠진 젊은 인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상으로까지 내몰린 것이다.

지난해 교정직 9급에 합격해 의부정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김영준(33세) 교도관은 “수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보면 시간의 감각이 무뎌지고, 나중엔 민간기업 취직 기회도 놓치기 일쑤”라고 말한다. 김 교도관 역시 서울 소재 법대를 졸업하고 여러 차례 낙방을 경험한 이른바 장수 고시생이었다.

이렇듯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인재들이 공무원 등 공공 부문으로만 몰리면서 기업 등 민간 부문에는 ‘인재 부족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의 71.9%가 핵심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재 확보에 미래가 걸린 기업들은 경영진이 주요 대학을 돌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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